▲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주로를 달리는 투혼의 경주마 '감동의투혼'.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박생규기자 skpq@newsin.co.kr
【서울=뉴시스헬스】박생규 기자 = 장르를 떠나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면서 기초가 되는 것은 누가 뭐라 할지라도 '체력'일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운동선수라도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치러지는 시즌을 소화해내기 힘들 것이다.

이렇듯 스포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체력의 중요성은 경마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야구나 농구, 축구와 같이 정해진 시즌이 있는 스포츠와는 달리 경마는 매주 경기가 열리는 만큼 기수나 경주마들에게는 1년 365일이 시즌인 셈이다.

경마경기에서 경주마들은 보통 4주를 주기로 경기에 출전한다. 그 이유는 태생적으로 약하게 태어난 다리 쪽 관련 질병이 많고, 그에 따라 경주 중 부상빈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보통 경주에 출전한 마필은 1주일 휴식, 또 1주일의 회복훈련과 2주 가량의 새벽조교를 거친 후 경주에 나온다.

KRA의 한 관계자는 "경주마가 한번 경주에 출전하면 10kg이상 체중이 빠진다"고 말했다.

경주마의 심한 체력소모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렇게 심한 운동량을 필요로 하는 경마에서 한 달에 한번 주기를 맞추기도 빠듯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중요한 경주를 앞둔 경주마는 출전주기를 6주 이상으로 늘리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출주횟수를 강철체력마의 기준으로 본다면 서울경마공원 최고의 체력마는 어떤 마필일까?

2008년 한해 기준으로 최고의 체력마는 49조(지용철 조교사) '감동의투혼'이 차지했다.

'감동의투혼'은 작년 총 17회 경주에 출전해 정상적인 출전횟수 12회를 크게 상회했다.

올해 기록으로 보면 6월 셋째주 현재까지 '감동의투혼'은 총 9회 출전해 최다 출주마 연속 2연패를 노리고 있다.

같은 소속조인 '투더챔프'가 같은 기간 10회 출전으로 앞서 가고 있지만 출주 사이클이 달라 사실상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감동의투혼'이 현재의 페이스(한달 평균 1.5회 출주)를 유지한다면 올해 18전 이상의 출주를 예상할 수 있다.

경마의 경우 워낙 격한 스포츠다 보니 마필에 기승하는 기수는 물론 경주마도 온갖 부상에 쉬 노출되게 마련이다.

그런 조건에서도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출주횟수를 기록했으니 체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 체력이 강력함과 동시에 경주가 끝난 후 정상컨디션으로의 회복속도 또한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감동의투혼'은 450kg대 체중을 보유해 몸은 가볍고 다리는 튼튼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마필의 경우보다 격한 레이스 뒤에도 가벼운 몸 덕택에 다리에 무리가 덜 가 회복속도가 빠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감동의투혼'의 성적은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9회 출전한 올해는 입상기록 없이 4착만 2번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야말로 '열심히는 하지만 성적이 따라주지 못하는 운동선수'였다. 작년에도 우승기록은 없었다.

비록 우승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밥값은 하고 있는 마필이다. 경매를 통해 구입하게 된 '감동의투혼'의 마필가격은 3400만원이다.

2006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벌어들인 수득상금이 3700만원이 조금 넘으니 막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매달 지불해야 하는 위탁관리비까지 생각하면 손해지만 앞으로 뛸 수 있는 경주가 많이 있으니 어림잡아 계산하면 밥값은 하고 있는 셈이다.

값비싼 경주마가 몇 경주에 출전하지 못하고 부상이나 체력저하로 경마장을 떠나는 경우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이다.

'감동의투혼'은 출전하는 경기마다 다른 마필들과 분명 같은 거리를 달렸다. 하지만 박수는 매번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마필에게 집중되니 죽어라 달려온 '감동의투혼'은 매번 찬밥신세다.

죽을힘을 다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도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요즘 '감동의투혼'처럼 매번 최선을 다하고도 쉬 지치지 않는 강철체력을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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