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를 돌면,
사관생도 리처드 기어가
씨익 웃으며 나타날 것 같은 곳.
가게마다 no crabs!
게들이 문전박대 수모를 당하고
쭉쭉 줄긋듯 난 붉은 길들이
바다를 향해 내리 달리기를 하는 곳.

파란 바닷물에 눈이 시린 하늘이
질세라 나도 파랑 하늘빛을 돋우고
왕갈매기 부리에 잠시라도 스칠라치면
심술궂게 쏴아 쏴~
푸른 물 폭탄을 쏘아대는 곳.

핫둘핫둘 갓 스물 시퍼런 청춘들이
조국을 위해 목소리를 맞출 때
머리 속으로 반짝!
떠나온 내 조국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곳.

애너폴리스.

 

▲애너폴리스- 미국 메릴랜드 주에 위치한 항구도시, 붉은 벽돌건물들과 벽돌길들로
운치를 자아낸다. 해군사관학교·블루 크랩·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하다.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은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국어과 재학 중 ‘보길도의 5월’, ‘가장 확실한 사랑’ 등으로 월간 시문학 잡지를 통해 추천 등단했다. ‘내항’과 ‘합류’에서 동인활동,대우 ‘삶과 꿈’ 잡지 편집팀에서 근무, KBS에서 휴먼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첫시집 ‘후박새 날던 저녁’과 동인지 ‘화요일 들녘에서 그리움을 맹세하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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