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 하고 있다. 2022.06.13 / 사진=[공동취재사진]
이준석(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 하고 있다. 2022.06.13 / 사진=[공동취재사진]

[뉴스인] 이현우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제 제대로 자기정치 한번 해보겠다"고 선전포고를 하자 '친윤(친윤석열)'계가 혁신위원회가 사조직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당내 주도권을 놓고 이 대표와 친윤계 간 힘겨루기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자기정치 강화에 대한 견제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지낸 배현진 최고위원이 선봉에 섰다. 배 최고위원은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혁신위원회 출범에 대해 "자기 정치를 위한 사조직처럼 오해받지 않겠냐"는 문제제기를 했다. 이 대표가 혁신위 어젠다로 꺼낸 '공천 개혁'이 최고위 추인 당시엔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밑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혁신위를 띄웠다고 지적했다. 

배 최고위원은 "본인은 별도의 얘기라고 하지만 그런 (자기정치) 발언들이 혁신위랑 맞물려서 (오해를 사지 않겠냐)"면서 "애초에 혁신위 출범을 하자고 했을 때 이 대표의 아이디어에 대해 좋은 취지에서 공감을 한 건데 지금 방향이 잘못 나가서 (혁신위원) 추천이 굉장히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 친윤계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의 자기정치 발언은 대선, 지선까지 두 차례의 선거를 이기는 데 공헌을 했고 그 부분에 대한 자기 희생과 공로를 인정해달라는 뜻이 아닌가 싶다"면서도 "너무 선전포고처럼 해버려서 당내 생각을 달리하는 인사들과 껄끄러운 상황이 또 한번 불거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든다"고 우려했다. 

친윤계 의원들 사이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곳곳에서 감지되지만 일단 공식 표출은 다들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와 설전을 벌였던 정진석 의원도 지난 10일 “‘소이부답(笑而不答·웃음으로 답을 대신한다)’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로 관련 언급에 일체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주장을 맞받으면 당 분란만 키워 집안싸움 프레임에 갇히고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단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친윤계에 대한 여론 악화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리서치·SBS가 지난 8~9일 '국민의힘 갈등 책임이 누구에게 더 크다고 보냐'고 물은 결과,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당 중진들'이라고 답한 응답은 51.0%, '이준석 대표'라고 답한 응답은 32.0%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하락한 주요 요인에도 국민의힘 내홍이 꼽혔다. 리얼미터가 지난 7~10일 성인 200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48.0%로 전주대비 4.1%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의힘 지지율 또한 전주보다 2.5%포인트 내린 47.3%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이 당내 갈등 해소를 요청한 것도 친윤계의 반응 자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 오찬 전날인 지난 9일 이 대표 비서실장인 박성민 의원에게 당 내홍에 대한 우려를 전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박 의원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와 정 의원 간 주고 받은 얘기들이 좀 무마가 됐으면 좋겠다"며 갈등 중재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당 관련 논란에 공개적으론 관망 자세를 취했지만 조용히 심경을 전달하면서 친윤계에 메시지를 전한 게 아니냔 해석이 나왔다. 

당내 친윤 중심 의원 모임 '민들레(민심 들어볼래<레>)'를 둘러싼 갈등이 봉합 수순으로 접어든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내홍 진정 국면에서 또다시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갈등이 터져나올 경우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판단에서다. 

또다른 친윤계 의원은 "정치인이 자기정치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며 "굳이 안 해도 될 말은 한 감은 있지만 공개적으로 또다시 지적할 건 아니다"라며 확전을 경계했다.

임시 봉합 수순으로 가는 듯 한 이 대표와 친윤계 간 갈등은 오는 27일 예정된 당 윤리위의 징계 결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은 시끄럽게 굴어봤자 윤 대통령만 곤란해지기 때문에 윤핵관들이 가만히 있는 것"이라며 "윤리위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징계 결정이 내려지면 그 때 진짜 권력 투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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