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효헌 = 한국에 있을 때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해서 그런지 널 껄끄러운 관계였다. 필자는 일본을 많이 싫어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요즘의 중국 또한 한국과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영국에 살면 일본인도 중국인도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쉽게 가까워지는 것 같다. 필자도 그런 맥락에서 일본인 친구도 있고 중국인 친구도 있다.

그중 중국인 친구인 아밀리아는 한국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는 만나면 한국드라마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러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가 몇 주 전에 다시 만났다. 지난번에 필자가 추천해준 ‘미스터 션샤인’을 재미있게 봤다며 다시 한국드라마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고 나서 그동안에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물었다.

영국 남자친구와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아밀리아는 그 남자친구와 봄에 결혼했다고 했다. 그런데 필자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매달 내는 세금(카운슬 텍스), 생활비, 일상생활의 식료품비 등 모든 것이 반반 부담이라고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달 말에 2박 3일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호텔 숙박비, 자동차 연료비, 여행 중에 들어갈 경비 등 모든 것을 반씩 부담한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아밀리아의 얼굴에 서운한 기색이 역 역했다. 우리는 백화점에서 쇼핑중이었기 때문에 옷도 사주냐 고 물었더니 그런 것은 전혀 없고 각자 필요한 것을 구입한다고 했다. 남편은 옷도 한 벌 안 사주는 대신에 자신이 좋아하는 카메라에는 거액을 소비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충격에 빠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렇다면 결혼의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 찾아보았다.

‘결혼의 정의: 인간이 사회라는 것을 구성하면서 생긴 제도다. 특히나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회적 자각에서 발생한 것이다. 또한 고대의 결혼은 번식 그 자체를 위한 보조 제도로도 보인다. 야생 동물들처럼 남자는 경제적으로 여자와 자손을 부양하고, 여자는 주로 집안에서 물자를 관리하고 자손들을 돌보는 것. 또한 남자는 여자와 자손에게 확실한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게 되고, 여자는 남자에게 친자를 보장한다’. 이 정의와 같이 결혼을 하면 남편이 돈을 벌어오고 부인이 집안 살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영국은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이 친구의 말에 의하면 대부분의 스코틀랜드 남자들은 돈에 인색하다고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결혼한 부부가 여행을 가는 데 여행 경비를 반씩 부담한다는 것이 너무 의아했다. 이런 속사정을 들어내면서 서운해하는 아밀리아의 표정을 보면서 과연 이런 결혼생활이 얼마나 지속할까 하는 의문도 가졌다. 그러면서 친구에게 계속 이런 방식으로 결혼생활이 유지된다면 그만 살라고 했더니 친구가 하는 말이 이런 결혼생활이 싫지만, 이혼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이런 식의 결혼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러면 동거를 하지 왜 결혼을 해?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친구 랑 헤어지고 나서 필자가 아는 몇몇 이웃에게 물어봤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지 궁금해서다.

먼저 이사벨에게 물어봤다. 먼저 중국 친구의 결혼 이야기를 하면서 이사벨의 가정 내에서의 경제는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물어봤다. 이사벨은 이렇게 철저하게 분배를 하는 것은 처음 봤다면서 그녀의 가정 경제는 주로 남편이 모든 것을 부담하고 이사벨은 가끔 특별한 날, 예를 들면 남편의 생일이나 기분이 내켜서 뭔가 선물하고 싶을 때 그럴 때 하는 특별 이벤트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중국 친구의 부부가 좀 특별한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필자도 그 부부가 특별한 것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다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어봤다. 그녀는 당연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각자의 통장이 있고 서로 필요한 만큼 부담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고 했다. 그래서 결혼했냐고 물어보니까 동거 상태라면서 굳이 결혼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러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식료품비용은 어떻게 부담하느냐고 물어보니까 일상생활의 식료품은 주로 자기가 부담하고 외식비는 남편이 부담한다고 했다. 그러면 경제적인 투자는 어떻게 하느냐고 하니까 각자 자신만의 투자 방법이 있기 때문에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직업이 없는 여성은 어떻게 하냐고 하니까 그런 경우는 남성이 대부분 부담하지만 직업이 없는 여성이 남성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을까 라고? 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수입이 많은 사람이 좀 더 부담을 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서로 구분해서 부담하고 산다면 꼭 결혼 해야 할 의미가 없지 않을까 라고 하니까 이 친구가 대답하기를 “맞아 그려서 결혼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 거야”라고 했다. 그러면 결혼을 해야 하는 경우는 어떤 게 있을까? 라고 하니까 결혼을 하게 되는 동기를 굳이 찾는다면 아이가 태어났을 때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그 중국 친가가 집으로 초대를 했다. 마음속으로는 남편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하는 선입견을 품고 친구 집으로 갔다. 마침 친구가 남편과 함께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집으로 들어가지 마자 남편은 필자를 위해 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식탁에 앉아 피자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부인의 친구를 위해 피자를 만들고 커피도 타주는 남편을 보면서 필자가 너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사랑의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부인을 부양하지 않는다고 서운해할 필요도 없고, 각자의 경제를 잘 유지하면서 사는 것도 그리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의 결혼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결혼은 무엇이며 결혼을 꼭 해야 하는가였다. 그동안 필자가 얼마나 미시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를 자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영국 국가 결혼 통계를 조사해 보았다. 2019년 자료에 의하면 16~29세 부부 중 69.2%가 동거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이제 결혼을 하는 사람이 줄어 든다는 지표다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해가는 것처럼 어쩌면 결혼이란 제도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성이 결혼 잘해서 팔자를 고쳤다는 이야기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된 것 같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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