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곤 논설위원.
황희곤 논설위원.

[뉴스인] 황희곤 논설위원 = 오랜 동안 소문과 추측만 무성했던 이건희 前회장의 상속세 관련 윤곽이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 측 발표에 의하면 이건희 회장이 남긴 상속재산과 유족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건국이후 그 규모 면에서 가히 파격적이었으며 상상을 뛰어 넘는 사회 환원 등 기부도 전 국민의 커다란 관심사가 됐다.

세계 최고액에 달하는 상속세와 상속세 과세에 따른 다양한 논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한국경제(2021. 4. 28) 기사를 바탕으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몇 가지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과 최대주주 할증과세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4.18%)와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 삼성 계열사 주식가치는 약 19조원에 달하고 주식 상속세액만 11조400억원에 이른다. 이 회장의 사망일 전 2개월과 사망후 2개월 간 종가 평균에 최대주주 할증률 20%, 최고세율 50%, 자진 신고 공제율 3%를 적용한 결과다.”

상기의 내용을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상속재산 중 주식가치가 19조원이고 최고세율이 50%면 당연히 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9.5조원이 되어야 할 것인데 주식에 대한 상속세가 11조 4백억원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계산이 잘못 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 이유는 상증세법 제63조 제3항 때문이다.

해당 규정의 골자는 최대주주 등의 주식 등에 대해서는 상증세법상 주식의 평가액에 그 가액의 100분의 20을 가산하여 주식의 평가금액을 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속받은 주식의 상속일 전후 2개월 간의 주식 종가 평가액이 500원이었다면 상속세를 계산하기 위한 상속재산가액은 500원의 120%인 600원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20%를 가산하는 이유는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그 가치에 더하여 당해 회사의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수한 가치, 이른바 ‘지배권 프리미엄’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지배권 프리미엄을 개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20% 라는 가산율을 규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건희 회장의 상속주식에 대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속주식의 가치가 19조이므로 19조의 120%(할증률 20%)가 상속재산가액이 될 것이고 그 금액은 22.8조가 되는 것이다.

국세청에서 세무조사에 따라 1년에 평균 7조~8조의 세수를 확보하는 사실관계와 비추어 보면 삼성가의 상속세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과거 주식의 할증과세와 할증률에 대해 헌법소원이 있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최대주주 등의 주식 등에 포함되어 있는 ‘지배권 프리미엄’을 정당하게 계산하여 그 가치를 평가함으로써 정당한 조세부과를 하는 규정으로서 실질적 소득ㆍ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고 하는 실질과세원칙을 관철하기 위한 규정이라 할 것이고 최대주주의 주식에 대하여 20%의 가산율을 규정한 것이 지나치게 과잉한 것으로 입법자의 입법 형성적 재량을 일탈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한국의 명목상 상속세 최고세율(5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주식에 대한 할증과세를 적용할 경우 대한민국은 60%의 세율이 적용되므로 세계에서 상속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OECD 가입 37개 국 중 상속세가 없는 나라는 캐나다, 호주, 스웨덴, 노르웨이, 멕시코, 이스라엘 등 13개 국에 달하며 그 외 러시아나 중국 등도 상속세가 없다. 이들 국가들은 이미 재산형성과정에서 소득세 등 제 세금을 납부했음에도 사망시점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조세전문가를 포함한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단기적으론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선진세제인 자본이득세 도입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의료분야 1조원 사회 환원이 상속세에 미치는 영향

“눈에 띄는 사회 환원은 의료 분야의 1조원 기부다. 국내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5000억원을 기부하는 등 감염병과의 전쟁에 7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코로나19가 한국을 비롯한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병원 건립 자금을 뺀 2000억원은 감염병 대응 국가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쓰인다. 3000억원은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을 앓는 1만7000명의 아동을 돕는 데 쓰기로 했다. 비싼 치료비 탓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가 지원 대상이다.”

삼성 측에서 대의적인 결단을 내린 듯 하다.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기부금은 가히 대한민국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부는 상속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6조는 공익법인등에 출연한 재산에 대한 상속세 과세가액 불산입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상속재산 중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이 종교ㆍ자선ㆍ학술 관련 사업 등 공익성을 고려하여 공익법인 등에 출연한 재산의 가액으로서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출연한 재산의 가액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결국 상속인들이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공익법인 등에 출연한 재산은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는 것이다. 실제 상속인들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고 공익상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이니 기부하는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는 것은 물론 세액공제 등의 추가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현재 상속세법상 그러한 추가적인 혜택은 없다.

그러므로 이건희 회장의 총 상속재산 중 의료 등의 목적으로 기부되는 1조원은 상속세 과세 대상 금액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상속세 물납제도와 미술품 기증

“이 회장이 평생 수집한 개인소장 미술품 2만3000여 점은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과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 점은 국립박물관에, 김환기 화백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등 근대 미술품 1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맡긴다. 모네,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샤갈, 피카소 등 유명 서양 미술 작품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넘어간다.”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컬렉션은 세간의 큰 관심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에는 국보급 미술품과 세계 유명 화가의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한동안 미술품 물납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등장했다.

물납이란 상속세를 현금이 아닌 상속 받은 다른 재산으로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상속인들이 미술품을 물납할 수 없어 상속받은 미술품을 매각하여 상속세 재원을 만들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의 작품들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미술업계에서는 국보급 미술품의 해외유출 등을 막기 위해 미술품의 물납을 검토하여 줄 것을 적극 주장했다.

그러나 물납에 대한 세법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술품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없다는 것과 미술품의 환가가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물납이 용의치 않자 결국 상속인들은 미술품의 기부를 선택하였다. 삼성가의 통 큰 결정에 따라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되어 국내에 잔류하게 됐다.

상속인들이 미술품을 매도하여 상속세를 납부할 경우 매도금액의 50%를 상속세로 납부하게 되고 나머지 50%는 상속인들에 귀속되어 상속인들 입장에서는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속인들은 미술품을 기부함에 따라 해당 미술품의 평가액을 총 상속재산가액에서 제외시키는 효과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삼성의 상속인들은 금전적 손해를 입었지만 한 명의 국민으로서 국보급 문화재가 해외로 유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는 국민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요즘 들어 다주택자에 대한 무리한 중과세와 삼성가의 상속세 신고 납부 관련 기사를 접하면서 이러한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정책 목적의 징벌적 과세라도 세율이 50%를 상회해 국가가 국민보다 더 많은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 정의로운 것인지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세율을 낮추고 세금을 고르게 하여 백성을 편안케 하라”라는 세종대왕의 균공애민(均貢愛民) 정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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