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신태식 논설위원 = 팬데믹 상황으로 어느 때보다도 우울했던 5월 가정의 달이였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모두 모여 있는 달이라서인지 유난히 가족이 그립고 사람이 보고픈 달이다. 봄비가 꾸적꾸적 오는 지난 일요일에 친구의 초청으로 '서울시뮤지컬단'의 60주년 기념공연인 '지붕위의 바이올린'을 감상했다.

귀에 익은 바이올린의 연주로 ‘Sun rise Sun set’이 울려 펴진 가운데 무대 뒤 대형 화면배경에는 ‘샤갈’의 회화적 작품이 눈에 띄었다. 디지털 기법으로 연출되는 샤갈의 작품들은 바람부는 언덕에서는 흔들리는 꽃들로, 해가 지는 지붕위에서는 슬픈 소년의 바이올린 연주로 우리 모두를 살며시 현실의 공간에서 고전의 공간속으로 이주하여 러시아의 작은 마을 ‘아나테브카’에 남게 했다.

딸 다섯을 두고 유대교의 전통을 지키며 우유배달부로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사는 아버지의 고뇌와 사랑이 어쩌면 이리도 지금의 우리와 같은지 모르겠다. 고난과 역경을 사랑으로 포용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유대교 전통음악의 특유한 선율과 리듬으로 바이올린을 타고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웅장하게 클래시컬한 사운드로 가슴속에 밀려들었다.

어느 시대에나 부모와 아들, 딸이라는 관계는 마치 샤갈의 몽환적 작품 속의 이야기처럼 쉬게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가족’라는 말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마라’ 그리고 ‘기뻐하라’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나에게 그렇게 얘기하듯 슬프지만 힘주어 연주해 주는 듯 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보름동안 공연한 서울시뮤지컬단(단장 한진섭)의 가슴울린 60주년 작품.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이 시대 아버지의 고뇌를 고전을 통해 감동과 유쾌함으로 우리를 어루만져 주기에 충분했다.

또 한편의 가곡 콘서트는 테너 하만택의 '아버지처럼'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5월9일 롯데콘서트에서 열렸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전쟁과 가난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사신 분들이다. 밤낮없이 일해도 자식들 학비는커녕 세끼 끼니를 맞추지 못하는 아버지는 안주 없는 막걸리 한잔에 취한 척 쓰러져 방구석에서 새우잠을 자며 가족의 눈을 피해야했던 아버지였다.

테너 하만택
테너 하만택

시골의 평범한 농부의 11남매 막내로 태어나 어렵게 유학하며 바쁘게 살면서 아버지의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했던 테너 하만택이 총감독을 맡아 무대에 올린 '아버지처럼'은 7080세대의 모든 아버지에게 드리는 감사의 선물이였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통해 이제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콘서트를 통해 받을 수 있었다.

'지붕위의 바이올린'과 '아버지처럼'을 감상하면서 아버지가 겪었던 그 시절 그 고난속에 아버지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실까? 살며시 나에게 물어보는 5월의 어느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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