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조계사 / 사진=[황보병조]
서울 종로구 조계사 / 사진=[황보병조]

[뉴스인] 김봉관 논설위원 = 불교는 삼국시대 때 고구려를 통하여 우리나라에 전파된 이래 5천년 가까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우리나라 불교의 특징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용어가 호국불교라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며, 심지어 유교를 숭상하고 공공연히 불교를 탄압하던 조선시대에도 일본의 침략에 맞서 수많은 승병들이 자발적으로 왜군에 맞서 나라를 지켜낸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나라 불교는 국민들의 안위와 행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 독재정권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도 불교는 정권에 굴복하지 않고 국민들과 함께 독재정권에 저항하였으며, 전두환 정권 시절 자행되었던 10·27 법난과 같이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불교계를 탄압하려는 시도가 그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의 불교는 단 한 번도 국민들을 저버린 적이 없었다.

필자는 얼마 전 언론사 기고를 통해 미얀마 민주화운동 와중에 피를 흘리는 미얀마 국민들의 희생에 적극 동참하지 않고 있는 미얀마 불교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는데,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불교의 위상과 승려의 입지는 전 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모범적인 불교정신이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국민들은 더 이상 독재정권의 등장을 허락하지 않을 만큼 시민의식이나 역량이 성숙해진지 오래이므로 불교가 더 이상 독재정권 타도를 위하여 앞장 설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코로나 확산을 계기로 우리나라 불교가 새로운 차원에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처럼 보인다.

작년부터 예상치 않은 경로를 통하여 코로나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불교 사찰이나 불교 행사를 통하여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는 거의 들려오지 않고 있으며, 이렇게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불교계의 태도에 많은 국민들도 호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우리나라 국민들은 불교에 대해 ‘온화하다’, ‘절제력이 있다’, ‘따뜻하다’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가 계속하여 확산되고 있는 것은 물론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나라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조용한 가운데 그 어떤 존재보다 강한 저력을 증명하는 불교의 전통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빛을 발휘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수많은 불자들이 한 곳에 모여 부처님의 탄생을 자축하지는 못하지만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있고 뜻 깊은 날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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