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권자가 미래 지향의 선거문화 주도해야 할 것”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 칼럼니스트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 칼럼니스트

[뉴스인]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미국의 최고 언론 칼럼니스트였던 프랭클린 피어스 아담스가 한 말이 있다. “선거란 누굴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

의미가 깊은 말이다. 유권자가 다수표를 던져 당선되는 후보가 있으면 다른 편엔 표를 주지 않아 낙선되는 후보가 있다. 결국 선거는 투표를 통해 뽑힌 자와 뽑히지 못한 자를 구별하는 유권자의 신성한 참정권 행사다.

투표율이 높으면 후보에 따라 각자 유리한 해석을 내놓는다. 이번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20.54%를 나타냈다. 이에 여야는 각각의 셈법으로 서로 자신들이 유리하다는 아전인수식 평가를 내놓았다. 이런 자평을 하면서 주요 여야 후보는 막판 기승 제압을 위해 가열찬 유세 공세를 펼쳤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의혹이 국정을 뒤흔든 터에 열려 유권자의 관심을 끌려고 네거티브 선거전이 돼 버렸다. LH 투기에 성난 표심을 의식해 주요 여야 후보들은 상대방 부동산 취득의 부당성을 집요하게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각 후보는 자신은 투명하고 상대는 불법이라며 한국 정치판을 지배하는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은 각 후보들의 부동산과 관련해 범법성은 판단할 수가 없다. 하지만 LH 사태로 이반된 민심이 투표에 어떻게 반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반 국민들은 경쟁 후보의 부동산을 둘러싼 이전투구(mudslinging)를 지켜보면서 정치인들이 거의 대부분 재력가라는 사실 자체에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월세 상한제 발표에 앞서 개인의 전세금을 대폭 올려 지탄을 받자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일반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각 후보들이 득표를 위한 상대방 흠집 내기라지만 서민 정서와는 거리가 먼 네거티브 공방이 달갑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 후보자들이 득표를 위해 동원하는 폭로전에 유권자가 현혹돼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유세술는 상대에 대한 중상, 비방, 인신공격의 진흙탕 싸움으로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정치적 술수였다. 물론 지방정부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정직성·청렴성·도덕성 평가를 위해 재산형성 과정을 검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이 선거 유세 전 과정을 압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막강한 재력을 보유한 후보자가 민생의 현실을 얼마나 이해하고, 정서적 공감대나 밀착감을 쌓아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후보들이 상대방에 대해 제기한 의혹들은 법적으로 엄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일이다. 그래야 사회적 정의가 확립되고 궁극적으로 진흙탕 같은 공세로 표심을 잡으려는 고질적인 선거풍토가 개선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참다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유권자들의 자세도 환골탈태해 선진 시민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선거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때는 선심성 공약이나 상대방의 흠결 들추기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뿌리 깊은 선거 전술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오로지 네거티브 막장 유세로 표심에 영합하려는 것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 선거 때마다 각 후보들은 앞다퉈 환상적인 새로운 공약들을 쏟아낸다. 공약정책들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재원이나 여건이나 정치역학 구도와 같은 주변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합치돼야 한다.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정책수행은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를 결속시키는 정치적 협력과 국민의 공감을 도출해 내야하는 복합적인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것을 간과해 추진됐던 정책사업들이 얼마나 많은 상쟁과 갈등과 낭비를 초래했던가를 유권자들은 익히 보아왔다.

그런 만큼 유권자는 후보들의 선심성 공약들에 너무 물렁한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 그들이 진정 국민들에게 안정감과 행복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정신적·정서적 역량을 갖고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제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든 유권자는 물신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후보들의 선진의식을 꿰뚫어보는 훈련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민심을 존중하고 정서를 통합할 수 있는 공감력, 명실상부한 합의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도출할 수 있는 영도력,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여 공감대를 쌓는 친화력을 영찰해야 한다.

그릇된 선거풍토를 혁신해 나가는 것은 후보자가 아닌 유권자의 몫이다. 당선 득표를 위해 내세우는 화려한 공약에 매이거나 맹목적적인 정파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합리적 기대에 부합하게 신뢰와 믿음을 안겨주는 후보인지를 가려내야 할 것이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청렴성 검증 차원을 넘어 선거 유세가 후보의 인성이나 정책 비전의 고찰이 아닌 의혹만 난무하는 투전판이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는 유권자가 나서서 미래 지향의 선거문화를 주도해야 한다.

¶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문화커뮤니케이터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석세스 패러다임>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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