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학교 교통공학과 이수범 교수
서울시립대학교 교통공학과 이수범 교수

[뉴스인] 서울시립대학교 교통공학과 이수범 교수 =인간행태 측면에서 도로를 이용하는 도로이용자의 특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공감이 가는 특성은 기대심리(Expectation)이다. 운전자, 보행자, 자전거 등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총칭하여 ‘도로이용자’라고 일컫는다. 모든 도로이용자는 도로를 이용하면서 바라는 바가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다른 이용자들이 특정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바람이 있고, 이 바람을 교통공학 측면에서 ‘기대심리(Expectation)’라고 정의한다.

기대심리의 수준은 이용자 형태와 이용하는 수단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면 도로를 통행할 때 운전자 입장일 때는 보행자가 없기를 바랄 것이고, 보행자 입장일 때는 내가 보행하는 동안에는 차량이 진입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즉, 같은 도로에서 운전자 입장일 때와 보행자 입장일 때 바라는 바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이용자가 기대심리와 적합하도록 예측하는 바와 같이 행동한다면 그 도로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도로이용자 중 몇 명이라도 예측한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다른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며 이로 인한 그릇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과정 중 일부분이 교통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교통사고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특정 도로이용자의 행동이 다른 이용자의 기대심리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그만큼 도로이용자의 기대심리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할 수 있다.

이미지=[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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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도로이용자가 다른 도로이용자의 기대심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교통공학에서는 “기대심리위반 (Expectancy Violation)” 이라고 이야기한다. 기대심리위반은 특정 도로이용자가 다른 도로이용자들의 기대심리를 위반하는 경우 외에 도로시설 자체 또는 교통상황 자체가 도로이용자의 기대심리를 위반하는 경우도 있다.

먼저, 도로 자체가 도로이용자의 기대심리를 위반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차량의 진출입은 차량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우측에서 이루어지지지만 진출입이 도로의 좌측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보통의 경우 이러한 도로는 교통안전표지 또는 노면표시를 이용하여 운전자에게 도로의 좌측 진출입에 대해 미리 알려주고 있다. 만약, 사전에 좌측 진출입에 대한 안내가 없거나 또는 부족하다면 많은 운전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판단하여 일반적인 도로의 진출입 형태와 같이 우측에서 진출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운전을 하게 된다. 이후 운전자는 진출입 지점 부근에서 눈으로 좌측 진출입로를 확인하고 무리한 차로 변경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로시설에 대한 운전자 기대심리 위반이고, 그에 따른 비정상적인 운전행태이며, 이러한 운전 행태로 인해 지·정체와 교통사고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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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교통상황 자체가 도로이용자의 기대심리를 위반하는 경우이다. 일반도로와 달리 고속도로에서는 추돌사고가 두드러지게 발생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는 현재의 도로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있다. 하지만 고속도로 주행 시 다양한 이유로 앞 차량이 급감속하게 되는 경우 뒤 따라오던 운전자는 기대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대응 속도가 늦어지게 된다. 이러한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그 중 일부분은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차량 속도가 급감하는 원인은 다양할 수 있지만, 뒤 따라오던 운전자의 기대심리가 위반이 되어 발생하는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특정 도로이용자가 다른 도로이용자의 기대심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차와 보행자 사고의 상당 부분은 불법주정차 차량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하는 어린이 관련 사고의 주된 원인이 불법주정차 차량 때문인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운전자의 입장에서 불법주정차 차량은 운전할 때 방해가 되는 요소이다. 특히 진출입 도로 주변, 버스 정류장 주변, 교차로 주변과 좁은 이면도로 등에서의 불법주정차 차량은 더 위험한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불법주정차 차량 주변을 운전할 때 거슬리는 요소가 되지만 특별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간과한 채 운전을 하게 된다. 그러나 불법주정차 차량 사이로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게 되면 운전자는 매우 당황하게 되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경우는 불법주정차 차량이 원인이 되어 운전자의 기대심리를 위반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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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사례로는 도심부에서 많이 발생하는 자전거 사고의 유형 중에 교차로에서 역주행하는 자전거와 우회전하는 차량이 충돌하여 발생하는 사고이다.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 운전자는 주로 운전자의 좌측에서 주행하는 차량들만 신경을 쓰고 운전하게 된다. 그런데 차량이 우회전한 직후 자전거가 빠른 속도로 역주행하여 달려오게 되면 운전자는 대처할 수가 없게 된다. 이 경우는 자전거의 역주행이 원인이 되어 운전자의 기대심리를 위반하는 사례이며, 이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몇 가지 사례와 같이 도로상에서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기대심리 위반 상황은 도로이용자의 예측을 벗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도로이용자들의 기대심리가 충족이 될 수 있도록 도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도로이용자, 즉 우리의 행태 또한 다른 도로이용자들의 기대심리를 위반하지 않도록 한다면 우리 도로는 안전한 도로, 사고 없는 도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도로상에서 우리 모두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의 기대심리를 위반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고, 이러한 행동이 궁극적으로 우리 도로의 교통안전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촉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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