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줌 추출물로 만든 녹십자 중풍치료제 '유로키나'는 수출 효자 품목으로 지난 40여년간 안전성과 효과면에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사진=녹십자 제공> 임설화 기자 ysh97@newsin.co.kr
【서울=뉴시스헬스】임설화 기자 = "여러분의 오줌이 귀중한 외화를 벌어들입니다. 한방울이라도 통속에!"

1970년대 공중화장실에서 오줌이 해외로 수출된다는 설명과 함께 이같은 문구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마땅히 수출할 게 없었던 당시는 한 방울의 오줌도 아쉬워 초ㆍ중ㆍ고교나 예비군 훈련장, 버스터미널 화장실에도 오줌을 수집하는 흰색 플라스틱 통이 비치돼 있었다.

오줌에서 추출하는 중풍 치료제 '유로키나제'는 당시 kg당 2000달러가 넘는 고가의 수출품이었다.

흔히 중풍이라 일컫는 뇌졸중을 치료하는 '유로키나제'는 사람의 신선한 요(오줌)에 존재하는 혈전 용해 성분이자 제품명으로 백신과 혈액제제로 유명한 녹십자가 지난 1970년대부터 생산 판매해오고 있다.

지난 40여년간 뇌졸중 등 혈전성 혈관질환 치료에 사용돼온 대표적인 혈전용해제 '유로키나제'는 사람이 배출하는 오줌을 원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뇌혈전증, 뇌경색을 포함해 급성 심근경색, 말초동 정맥폐색증, 폐색전증 등 각종 혈전을 원인으로 한 혈관치료에 두루 사용되는 등 적응증의 범위가 매우 넓은 것이 특징이다.

지난 1973년 '유로키나제' 생산공장을 준공한 녹십자는 다음해부터 '유로키나제'의 반제품을 생산해 전량 수출했다.

공장의 처리능력은 발전해 최초 6000리터의 규모에서 2년 뒤에는 10만리터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확장됐고, 녹십자는 '유로키나제' 반제품과 혈액제제의 수출을 합쳐 국내 의약품 수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당시 국민들은 녹십자의 '유로키나제' 사업을 두고 오줌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이색 기업이라며 많은 호기심을 갖고 지켜봤다.

또 회사직원들을 만나면 "오줌을 갖고도 약을 만들어 수출한다죠? 나도 녹십자에 무료로 원료를 제공했습니다"와 같은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그냥 내다 버리던 오줌으로 없어서는 안될 필수 의약품을 만들어 수출까지 하게 됐으니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며 언론에 집중조명되곤 했었다.

이어 1977년에는 자체기술로 완제품을 개발해 그동안 수입해오던 '유로키나제'를 순수 국산품으로 대체하고 공급가격을 인하하기도 했다.

2000년에는 남북 보건의료 산업 협력을 위해 남측의 녹십자와 북측의 광명성총회사가 50:50을 투자한 남북합작공장 '정성녹십자제약센터'가 설립돼 '유로키나제'를 생산하기도 했다.

의약품 지원형태에 머물렀던 남북 보건의료 협력방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1년 8월30일 첫 제품이 생산됐다.

이 공장은 연간 1500만 리터의 소변을 처리하고 완제품 30만병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이며, 당시 북한은 무공해 첨단산업임을 이유로 임가공 형태가 아닌 합작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평양 시내에 공장설립을 허가했다.

현재도 정성녹십자제약센터의 '유로키나제' 생산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치료하는 필수의약품으로서 국내 판매 뿐만 아니라 독일, 대만 등에 수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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