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효헌 = 지금 이곳 영국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많은 직장인이 강제휴가(furlough) 상태에 놓여 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월급도 삭감에되고 언제 직장으로 복귀할지 예상하지 못한 채 휴가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것도 운이 좋은 사람들은 80%의 월급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그냥 무급 휴가를 보내야 한다. 국가 지침은 10월까지지만 이 또한 직장마다 다르기에 언제 사무실로 복귀할지 모른다. 그러다가 갑자기 또 복직하라고 할까 봐 편히 쉬지도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는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최근 BBC는 은행에서 소매업체에 이르기까지 영국 최대 고용회사 50곳의 거대 고용주에게 질문하여 언제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돌아오도록 요구할지를 파악했다. 그 결과 대부분 회사는 사무실로 복귀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장기간 재택근무를 할 가능성이 커지는 현실과 함께 많은 직원이 여름 휴가를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할 것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동안 기업이 많은 수의 직원을 수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 특히 은행 및 금융 부문에는 복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선택권과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하고, 일부 회사는 늦가을까지 사무실로 복귀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2021년 7월까지 직원 복귀를 계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 중소기업은 사무실을 완전히 포기하기로 한 곳도 있다. 타라 톰스(Tara Tomes)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자신의 팀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 인해서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싶다.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서 팀의 역학이나 문화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며 어떤 것이든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서 더 선구적으로 나아가게 만들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가 사무실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무실 임대료의 절약, 교통비 와 주차비 절약, 그리고 통근하면서 버려지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녀는 9월에 사무실 임대를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앤디 스트릿(Andy Street) 시장은 도심지의 사업이 직면한 어려움이 심각하다고 인정하면서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동안 번창하고 있던 사업이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에 부딪혔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도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확신을 꾸준히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도시 비즈니스에 대한 단기적인 충격은 완만한 진화라기보다는 심장 마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노동자와 고용주가 사무실로 복귀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도심의 미래에 심각한 경제적 위협을 가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올해 초 버밍엄 비즈니스 지구 한가운데에 새로운 커피숍을 시작한 나오미는 코로나-19 이후 그녀의 사업은 점점 더 악화되어 기대했던 사업의 5분의 1 미만의 수입을 얻고 있다고 했다. 나오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정말 끔찍한 날의 연속이었으며 회사원들은 그녀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손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9월에 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체 비즈니스를 다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회계 및 컨설팅 전문회사인 우량 기업 PwC는 2,000명을 수용할 예정이지만 현재는 매일 150명만 일하고 있다. PwC의 지역 회장인 메튜 하몬드(Matthew Hammond)는 사무실은 특히 젊은 근로자들에게 꼭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침대 끝에서 또는 부엌에서 일하는 동료가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한다면 회사가 단단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들의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 고용주로서 우리는 좋은 환경과 올바른 장소를 제공하는 데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여 사람들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채용 전문가인 킴 베라(Kam Vara)에 따르면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 없으면 계약을 취소하고, 무엇보다 신체 접촉이 없는 재택근무를 선택하는 사람이 100%라고 했다.

이처럼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을 사무실로 부를 계획이 아직 없고 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사무실이 올 연말까지 회사 복귀를 미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도심의 공동화가 확산 될 것을 우려해서 보리스 존슨 총리는 업무복귀를 종용하고 있고,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매주 월, 화, 수요일은 음식값의 10파운드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8월 31일로 끝이 난다. 사람들은 이 공제를 다시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택근무가 장기화하면서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도 늘어나고 있다. 필자는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재택근무의 장단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30대 초반의 캐빈의 말에 의하면 재택근무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고 했다. 장점은 우선 아침 일찍 출근하기 위해 서두러지 않아도 되고 집에서 편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단점은 시간이 자유롭다 보니 나태해지기 너무 쉽고, 사람들을 못 만나서 고립되는 느낌이 든다는 점을 들었다. 또 편하게 쉬어야 할 집과 직장이 공간적으로 구분이 안 되니까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다고 했다. 또 직장에 있을 만한 컴퓨터, 책상 이런 것들이 집에는 없을 뿐만 아니라 사무용품 제공에 회사 측이 적극적이지 않아 업무를 보는 것에 불편함이 있다고 했다. 또 의사소통이 느리고 전반적인 처리 과정이 너무 느려서 일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40대 중반의 게리는 4월에 회사에서 개인용 컴퓨터와 그에 필요한 부속품들을 집으로 배달해 주면서 업무를 하게 했다. 아침 출근 시간과 동일하게 9시에 책상 앞에 앉아서 회사에 출근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출근체크를 하고 화상 채팅을 하거나 하면서 업무를 한고, 점심시간은 동일하게 1시간 점심시간이 있다고 했다. 처음 집에서 재택근무를 할 때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근무하면 잠시 동료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그런 시간이 없다는 것, 그리고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에는 늘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컴퓨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하고, 마치 감시를 하는 것 같은 불편함이 있다고 했다

 

30대 금융업에 종사하는 데이비드는 사무실이 대중교통으로 1시간 거리에 있다. 그래서 매일 일찍 출근하는 것이 버거웠는데 이번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시행되면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했다. 우선 교통비가 절약되고, 점심값 절약과 출퇴근으로 인한 시간이 절약되어 자신은 장점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회사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가끔 회사 출근도 해야 하는데 장거리라는 이유로 회사 출근은 거의 없다는 것이 자신에게는 이점이라 했다. 반면에 업무가 매일 숫자와 씨름하다 보니 업무시간에는 신경이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져서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들은 업무에 방해가 될까 봐 숨죽이고 있어서 오히려 가족들이 불편하다고 했다.

코로나-19 초기에 회사에서 해고들 당한 20대 젊은 친구 애마는 다행히 9월 1일에 새로 취업이 되었다. 회사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재택근무에 필요한 자료와 개인용 컴퓨터를 집으로 보내 줬다고 한다.

이처럼 대부분 회사에서는 재택근무가 장기화되고 있고, 이러한 변화가 직업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고 오래갈 수 있다고들 한다.

이제 정말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재택근무가 새로운 업무의 형태가 되어 사람들이 사무실에 있을 필요가 없고, 사람들이 있는 곳이 사무실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굳이 도심에서 살 필요가 있을까? 집값도 비싸고, 인구도 많고, 환경도 좋지 않은 도심에서, 이제 전혀다른 업무 형태가 생성될 것 같은 미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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