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효헌 = 여성과 월경은 불가분의 관계다세계 최초의 규격화된 여성 생리대가 탄생한 것은 1920년이다. 세계 제1차 대전 중 간호사들이 늘어나는 환자를 돌보느라 자기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던 중에 생리 기간이 찾아오자 재래식 천 생리대를 사용하는 번거로움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높은 흡수력을 지닌 병원용 탈지면 대체품을 생리대 대용으로 사용하였다. 이에 착안하여 최초의 여성 생리대 코텍스가 탄생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출시된 일회용 생리대는 1971년에 유한킴벌리가 출시한 '코텍스이다.

월경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날에 찾아온 생리로 인해 두통이 오거나, 예상을 빗나간 날에 찾아온 생리로 인해 실수하거나, 월경이 수반하는 생리통으로 인해 학교나 직장에 결근하는 등, 또는 이와 별개로 경제적 여유가 없어 생리대 구입하는 것이 부담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 기억들 속에 가장 이슈가 된 것은 2016년 여성 청소년들이 생리대 살 돈이 없어 깔창과 휴지를 대신했다는 일명 깔창 생리대사건이다. 한국의 생리대 회사에서 가격을 인상한다는 뉴스가 발표되면서 소외계층의 여성 청소년들이 생리대의 가격에 부담을 느껴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신 사용했다는 기사가 나왔었다.

이를 계기로 여성이라면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동안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개인적이고 부끄러운 일로 치부되었던 여성의 생리가 공공의 영역으로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빈곤층 여성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처럼 빈곤층에게 부담될 수 있는 생리대 가격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 한국보다 먼저, 빈곤계층의 생리대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보편적 복지 차원으로 무상으로 지원하는 국가 있다. ‘월경 빈곤퇴치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한 나라, 스코틀랜드이다. ‘월경 빈곤(Period poverty)’이란 소녀들과 여성들이 매달 기본적인 위생용품 구매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하며 이것은 위생, 건강 그리고 웰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스코틀랜드에 살고 있는 11-26세 사이의 젊은 층을 위한 단체인 영 스콧(Young Scot)은 회원 여성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4명 중 1명꼴로 위생용품을 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10%는 제품을 아예 구입 할 수 없었으며, 19%는 비용으로 인해 저렴한 제품으로 변경한다고 했다. 게다가 풀뿌리 단체인 Women for indepence의 연구에 따르면 5명 중 1명의 여성이 이러한 월경 빈곤을 경험한다고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월경 빈곤은 교육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상당수가 이 때문에 학교를 결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지역사회 장관인 엔렌 캠벨(Aileen Campbell)'스코틀랜드 같이 부유한 나라에서 기본적인 위생용품을 사기 위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코틀랜드가 이 같은 세계 최고의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계획에 대해 지역 당국, 컬리지, 대학교의 지원을 환영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5.2m 파운드(520만 파운드)의 투자는 위생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민감하고 품위 있는 방식으로 제공됨으로써 학생들이 오로지 공부에만 전염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회 의원인 앨리손 에비슨(Alison Evison,Cosla 대표)'청소년들이 위생용품 때문에 공부할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지만 월경과 관련하여 불필요한 낙인을 줄이고 개방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시사하였다. 스코틀랜드 노동당 의원 모니카 레넌(Monica Lennon)은 위생용품의 무료 제공을 법적인 의무로 만들자는 회원 법안을 발의하였는데 그녀는 '이 기획은 월경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큰 진전이며 위생용품에 대한 접근은 소득과 상관없이 가질 수 있는 권리여야 하며, 아무도 위생용품을 구할 수 없다는 수모를 겪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스코틀랜드는 2018년부터 8월부터 세계 최초로 스코틀랜드의 모든 학생에게 위생용품을 무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전역의 모든 초, 중 고등학교, 컬리지, 대학교의 395,000명에 달하는 모든 학생들은 정부의 월경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교내에서 무료로 위생용품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달 Nothr Ayrshire 의회에서 모든 공공건물 화장실에 무료 위생용품을 제공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덕분에 2018년 처음으로 스코틀랜드에 유학 온 한 한국 유학생이 이야기하길, 학교 화장실에 갔더니 저렇게 생리대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거 보고 '아니 귀한 걸 어떻게 무료로 제공하지' 싶어서 엄청 놀랐고, 한국에서 비싼 가격에 주고 샀던 게 생각나서 누가 다 가져갈까봐 한움큼 쥐어서 몰래 쟁겨두고 그랬다고 한다. 며칠을 그렇게 하다 보니, 느낀 게 나처럼 가져가는 사람이 없고 항상 화장실에 생리대가 넉넉히 있는 것을 보고 그 후로는 더이상 하지 않고 필요할 때 하나씩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에딘버러대학교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생리대가 비치되 있는 장소까지 상세하게 자세한 설명과 함께 위치도까지 그려져 있다. 예를 들면 에딘버러 대학교의 경우 비즈니스 건물 몇 번째 몇 층 화장실까지 안내하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 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필자의 기억 속의 생리대는 어디까지나 터부시되어 숨겨야 하거나 아니면 검은 봉지에 넣어서 건네받아야 하는 그런 불편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상세하게 알려주는 것을 보고 여성의 인권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많이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내 올해 2020년 스코틀랜드 의회는 월경 빈곤(period poverty)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생리용품을 무료로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이것을 지원하기 위해 520만 파운드의 자금을 제공했다. 다른 공공장소로 롤 아웃이 확대될 수 있도록 4백만 파운드가 추가로 의회에 제공되었고, 스포츠 클럽들에 무료 제공으로 5만 파운드가 추가되었다. 이처럼 스코틀랜드 어디에나 쉽게 생리대를 구할 수 있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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