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효헌 = 에든버러를 걸어 다니다 보면 ‘Let’이라고 쓰여 있는 표지를 쉽게 볼 수 있다. ‘집을 세 놓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가야 어디에 어떤 집이 나와 있는지 알 수 있지만 에든버러에서는 이 표지를 보면 집이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Let'과  'Rent'의 차이를  알아보면 둘 다 세를 놓는다는 뜻은 맞지만 집주인이 세를 놓는 것을 'Let'이라 하고, 세입자가 집을 얻는 사람은 'Rent'라고 한다. 특히 'Let'은 반드시 부동산을 빌릴 때만 사용하는 전문 용어라서 집을 세놓는다고 보면 된다. 이곳은 우리나라처럼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고 싶으면 먼저 부동산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이 표시를 보고 부동산을 알아보면 된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MURRY&CURRIE PROPERY'라는 부동산 화사의 물건이고 전화번호가 013***으로 연락처를 표시해 주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회사마다 각자의 색이나 마크 같은 것이 있어서 그것으로 회사를 나타낸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부동산이 마음에 들면 부동산 회사에 연락해서 집을 볼 약속을 잡는다. 우리처럼 오늘 당장 보고 싶다고 해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약을 해서 볼 수 있는 날을 정한다.

그리고 나서 우리나라처럼 각각 보는 것이 아니라  집이 마음에 들어서 보고 싶은 사람이 많으면 한꺼번에 약속을 잡아서 같은 시간에 동시에 본다. 예를 들면 수요일 2시에 집을 본다고 하면 2시에 볼 사람이 많으면 2~3가정이 동시에 같은 시간에 본다는 뜻이다. 그리고 집을 보러 갈 때는 대부분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다. 서로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문화 때문인 것 같다. 나도 처음 집을 보러 갔는데 나 외에도 두 사람이 더 있어서 조금은 놀랐다. ‘이건 뭐지 왜 같은 시간에 보여주는 걸까?’ 의문이 생겼다. 어쩌면 이렇게 하는 것이 부동산 회사도 효율적이고 또 집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이 집을 구하고 싶은 사람이 많으니까 서두르세요'라는 무언의 암시 같은 것, 혹은 경쟁을 붙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와 다른 점 이 있다. 우리는 이사를 갈 때마다 가구 전체를 가지고 이사를 하기 때문에 이사비용도 만만하지가 않다. 그런데 여기는 가구를 다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다. 세를 놓는 주인이 집에 가구를 두고 가는 경우에는 세입자가 주인의 가구를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주인의 집에 가구가 없는 경우에는 자신의 가구를 가지고 가면 된다.

영국에는 집을 'LET' 할 때 furnished(가구가 비치된 집) 혹은 unfurnished(가구가 비치돼 있지 않은 집)으로 구분하고 있다. 세입자가 자신의 가구를 가지고 가고 싶으면 unfurnished 로 가구가 비치되 있지 않은 집을 구하면 된다. 빈도를 보면 반반 인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이곳은 여름 페스티발 때 집 주인들이 가구를 그대로 두고 한 달간 여행을 하면서 집을 빌려주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이사를 갈 때마다 가구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가구를 구입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가구가 없으니 이사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또 가구가 없으니 이사하는 것이 우리처럼 많이 힘들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것도 한 방법이긴 할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남이 사용하던 가구를 사용한다는 것이 조금 불편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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