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실명전염병이라는 대재앙을 겪었던 도시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결과는 80%이상의 백지투표.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민들을 취조하지만 원인을 알아내지 못한다. 

결국, 정부는 계엄을 선포하고 정부조직을 전면 철수시켜 도시를 차단한 뒤 폭탄테러 자작극을 벌인다. 많은 사람이 죽었고 시민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백지투표의 배후세력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침내 한 여자가 밀고 된다. 4년 전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았던 여자, 배후를 잡아내지 못해 초조하던 정부는 그 여자를 백지투표의 주동자로 만들기 위해 특공대를 보낸다. 하지만 여자를 만난 특공대 대장은 혼란과 가책을 느낀다. 

정부가 언론을 움직여 그 여자를 백지투표 주동자로 만들어 검거하려는 순간, 특공대 대장이 밝힌 조작 수사의 내막이 한 신문사에 보도된다. 

도시의 눈 뜬 청년들이 신문의 복사본을 온 도시에 배포하자 도시는 분노로 일렁인다. 하지만 특공대 대장과 여자는 정부에 의해 암살되고 만다. 거대한 시위의 물결이 도시를 뒤덮는다.

[뉴스인] 김동석 기자 = 연극 '눈 뜬 자들의 도시'는 웃기다, 한편의 우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잔인하다. 얼마 전, 어쩜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코믹하고 잔인한 우리 이야기 같다.

이 작품은 한편의 잔인한 코미디극이다. 전작인 눈먼 자들의 도시에 정치 세력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것에 반해 눈 뜬 자들의 도시에서는 정치인들이 전면에 부각 된다. 오히려 시민들은 배경이 되고 공기가 되어 있는 듯 없는 듯 무색무취 상태로 보인다.

정부는 자신들이 굳게 믿는 정의와 사회체제를 지키기 위해 국민을 보이지 않는 적으로 간주하고 온갖 제재와 폭력을 가한다. 하지만 그들의 전투는 싸울 상대가 존재하지 않는, 허공을 향해 버둥거리는 헛발질만 같아 보인다.

민중을 마치 격리해야 할 전염병 환자처럼 고립시키고, 총을 든 군인들을 배치해, 도시를 나가려는 사람을 총살하던 국가. 한때 국민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줄 거라 믿었었다.

이제 그런 순진하다 못해 멍청한 믿음을 갖는 사람은 없다. 권력자들은 자신의 안위가 보장될 때만 평화를 입에 담았다. 눈치 빠른 인간이 나머지 인간을 다스렸다. 민중은 배신과 희생을 겪은 뒤에야 국가라는 허상이 똑같은 인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눈을 뜨고 있다고 해서 모두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듯, 눈을 감고 있다고 해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인민은 평소엔 눈을 감고 있어 앞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권력자들은 인민을 교화하거나 지도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통치하려 한다.

권력은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사악함과 손을 잡는 속성이 있다. 그것이 진보든 보수든 권력을 쥔 자들이 당하기 쉬운 유혹이라 생각하면 슬픈 일이다. 하지만 인민은 작당한 듯 맘먹고 눈을 뜰 때가 있다. 희망이다.

작품 속 정부는 민주체제의 수호를 표방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도 과거 군사독재 시절과는 다른 민주적인 체제를 이룬 국가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다를 것 없는 사악한 정권임을 보여준다. 권력은 잠시 바뀔 수도 있다.하지만 권력의 속성은 바뀌지 않는다. 인민이 눈을 뜨고 짖지 않으면 도둑을 잡을 수 없다.

어리석은 권력자들이 오히려 인민을 가르치고 계몽하려 한다. 이 자체로도 폭력이다. 작품 속에서 시민들은 백지투표로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권력자들은 이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니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그것을 체제전복과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면서 사건은 증폭되어 진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현실의 모든 국가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인들의 어리석은 진지함에 우린 고작 비웃음을 던질 뿐이지만 어리석은 진지함이 권력과 만나면 무서운 폭력이 된다.

이 작품 속에는 세월호의 아픔, 대구 지하철 참사와 수많은 의문사 등 우리 시대의 아픔들이 그리고 어리석은 권력자들의 이기심과 촛불 혁명의 숭고함이 또 이후 우리가 해야 할, 지켜봐야 할 현실이, 함께 나누어야 할 논쟁이 담겨 있다. 

연극 '눈 뜬 자들의 도시'는 오는 11월9일~18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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