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픽사베이)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라는 말로 시작되는 ‘행운의 편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행운의 편지는 받은 지 몇 시간 안에 몇 명에게 전달해야 행운이 온다거나 전달하지 않으면 불운이 올 수도 있다는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예전에는 우편함에서 우연히 발견했지만 지금은 주로 스마트폰 문자로 온다.

편지를 받은 사람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무시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얼른 주위사람들에게 편지를 전달하고 나서 웃음 가득한 원성을 사기도 한다. 누구나 불운을 없애고 행운을 누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지난 4월부터 한주도 빠짐없이 목요일마다 ‘뉴스인’에 칼럼을 게재해 36주차를 맞이했다. 올해 마지막 칼럼이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칼럼을 쓰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였다. 한 페이지 정도의 칼럼을 쓰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인가 할 수도 있지만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칼럼은 언론사의 지향점과 일치하지 않아도 되는 특수성이 있다. 제3의 객관적 시각을 옮겨오기 위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칼럼 아래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와 같은 주를 달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 의견이라고 해서 주관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마음가는대로 담아서도 안 되고, 일방적인 주장을 펴서도 안 된다. 편들기를 하듯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글을 써도 안 되고, 어느 한쪽만을 지나치게 비판해서도 안 된다. 지극히 어렵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해서도 안 된다. 언론이라는 공신력 있는 매체를 통해 신뢰를 담보해야 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칼럼은 부드러우면서도 전문적인 견해를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검증된 지식을 모으고 근거를 확보하는 일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보통이다.

모든 칼럼이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칼럼니스트가 독자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한가지다. 바로 ‘또 다른 시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어떤 주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평가, 그리고 그 안에 숨은 가치를 발견했으면 하는 마음은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서울의 한 인문학연구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신문기사를 접하는 요즘 독자들은 ‘기사를 읽지 않고 본다’는 내용이 있다. 예전처럼 신문을 구입해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천천히 기사를 읽던 시대를 지나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쉽고 빠르게 기사를 접하다보니 가볍게 한 눈으로 기사를 훑어본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기사를 다 이해하기도 전에 댓글을 먼저 다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전하고 있다.

모든 칼럼이 항상 올바른 시각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기준에 따라, 입장에 따라 각각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칼럼은 충분한 시간을 거쳐 탄생하는 논문이나 책과 달리 바로 ‘지금’ 주어지는 중요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다름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좋은 토론과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드(Growth Incubated by Discussion)’라는 ‘토론형 강의’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소통문화 발전을 위해 학생부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모두가 강사이자 동시에 토론자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칼럼 역시 일방적인 강의 자료가 아닌 소통의 재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좋은 칼럼은 칼럼니스트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정한다. 새해 새 칼럼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읽혀지길’ 기대하며, 공유를 하면 할수록 더욱 행복해지는 진정한 ‘행운의 편지’가 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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