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장천홀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의 커튼콜 (사진=허영훈 기자)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지난 21일 오후 3시, 세계적 명성의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가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 무대에 올랐다. 전날 오후에 이은 두 번째 공연이었다.

1층 객석을 차지한 관객들은 대부분 청장년층과 중년들이었다. 공연시작 20분 전, 오케스트라 피트가 없는 중극장의 특성상 무대와 객석 사이 좁은 공간에서 조율중인 연주자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휘자석과 함께 8대 정도로 보이는 현악기와 2대의 신디사이저, 그리고 그랜드 피아노 1대가 보였다. 대작의 오페라 전곡을 연주하기에는 사실 턱 없이 부족해보였다. 무대에는 배경영상을 비추기 위한 스크린 벽과 무대 상층부로 연결되는 다리형 구조물이 전부였다.

이미 대극장에서 투란도트를 감상해본 괜객들에게는 자칫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는 '뭔가 부족해보이는' 출발 전 모습이었다.

그러나 암전과 함께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고 배우들이 하나 둘 무대에 등장하면서부터 걱정과 불신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무대의상은 어느 대형 뮤지컬 못지 않게 등장인물과 그 역할에 적합하게 잘 디자인 된 옷이었고 실내악 구성에도 불구하고 두 대의 신디사이저가 뿜어내는 다양한 음색의 연주는 60명 이상의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웅장함과 섬세함을 부족함 없이 표현해냈다.

주연과 조연급으로 출연한 가수들 또한 최고 수준의 노래와 연기를 선사했다. 특히 아리아가 울려퍼질 때는 관객 모두 숨을 죽이고 감상했다. 코러스와 안무, 그리고 어린이들이 대거 등장해 하모니를 이루는 부분은 연이은 절정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네순도르마(nessun dorma) 곡이 연주될 때는 배우들보다 관객들의 몰입도가 훨씬 더 높아보였다. 안주은 연출에 드루지야오페라단과 김자경오페라단이 공동으로 만들어 낸 걸작이었다.

커튼콜 무대에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는 안주은 연출 (사진=허영훈 기자)

공연 전 '섬세한 연출'을 예고한 연출자의 의도답게 무대규모와 여건을 한참 뛰어 넘은 새로운 결과물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최소비용과 최대효과'가 만약 이번 뉴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회와 광림아트센터가 주최한 '뉴오페라 페스티벌 2017'의 취지였다면 이번 투란도트 공연은 연말 오페라 시상식에서 분명 대상후보로 거론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공연 후 공연장 입구에서 포즈를 취한 안주은 연출 (사진=허영훈 기자)

공연예술계의 미니멀리즘(minimalism) 움직임과 더불어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이번 투란도트 공연은 교과서로 소개되어도 좋을만큼 국내 오페라 기획자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을, 관객들에게는 오페라의 문턱을 분명하게 낮춘 최고의 연출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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