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픽사베이)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아침에 눈을 뜨면 다이어리를 본다. 회사에 출근해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확인한다. 회의록을 살펴보고 이번 주 보고할 기획안을 작성한다. 협력회사에 협조공문을 보낸다. 퇴근해서는 새로 입주할 아파트 전세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본다. 잠들기 전까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라 온 글들을 읽고 카카오톡으로 친구와 대화한다.

오늘날 사람을 움직이고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바로 ‘문서’다. 문서의 사전적 의미는 ‘글이나 기호 따위로 일정한 의사나 관념 또는 사상을 나타낸 것’이다.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에는 이메일과 데이터 등 반복적인 변경이 가능한 동적(dynamic) 문서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각종 문서를 접하게 된다. 일기장, 교과서, 상장, 반성문, 가정통신문, 매뉴얼, 작업지시서, 사용설명서, 계약서, 증명서, 이력서, 진단서, 처방전 등 그 종류는 셀 수도 없이 많다. 대표적인 문서는 책과 기사다. 누군가 써 놓은 책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TV보도나 신문기사를 보며 세상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렇듯 문서는 일을 하게 만드는 시작점이 되기도 하고 생각과 판단의 중요한 매개가 되기도 한다.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 박사는 그의 저서 ‘위대한 혁신’에서 “혁신을 제대로 이루려면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된 혁신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한 줄로 요약하면 혁신계획안, 즉 문서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문서들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매뉴얼의 순서가 바뀌거나, 잘못된 점수를 기입하거나, 있지도 않은 사실을 보고서에 담거나,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혁신안을 보고하거나, 대중을 기만하는 연설문을 작성한다면? 조직은 물론 사회 전체가 상상할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매일 우리 주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잘못 표시된 표지판, 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는 현수막,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안내문구, 알맹이가 빠져있는 발표문, 오타가 그대로 노출된 뉴스 자막, 엉터리로 번역된 계약서, 소비자를 속이는 과장광고, 의문 가득한 모집공고, 다른 논문을 표절한 학위논문, 남이 대신 작성한 과제 등 그야말로 우리사회는 ‘거짓 문서’ 위에 표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대학을 나왔고, 아무리 높은 신분이라고 하더라도, 문서에 표현된 글이 올바르지 않거나 근거가 없는 내용을 임의로 작성했다면, 그것은 아직 글을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가 쓴 낙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글쓰기’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인터넷 글을 복사해서 문서에 무분별하게 옮겨 적는 것이 너무도 익숙한 요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글을 제대로 쓰는 것’이다. 글을 제대로 쓴다는 것은 단순히 오타가 없거나 띄어쓰기를 잘하는 것을 넘어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스스로 충분히 이해하고 잘 작성하려는 작성자의 의지와 지식 그리고 검증작업 등 문서작성에 요구되는 제반 사항들을 모두 갖추는 것을 포함한다. 그래야 올바른 문서가 만들어질 수 있고, 그 올바른 문서가 올바른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작성하고 있는 문서가 있다면, 아무리 간단한 서식의 문서라 하더라도 문서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것을 잊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올바로 작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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