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하늘색 덮개 안에 담겨 있는 서류와 파란색 펜으로 한 서명 (사진=한아로)

[뉴스인] 한아로 = 부르키나파소에서 일 한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아무래도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현지인 직원들과 많이 만나고 이야기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알게 된 소소하지만 언제나 지켜지는 관습들이 정말 흥미롭다.

◇ 셔츠를 입혀주세요

사무실 각 층과 각 방마다 각각의 서류가 바쁘게 전달되는 모습은 형형색색이다. 하얀 A4용지에 프린트되거나 복사된 문서들은 하늘색, 연두색, 노란색 등 여러 가지 색을 가진 ‘셔츠’에 입혀진 채 옮겨진다.

불어로 ‘Chemise’(슈미즈)는 보통 (와이)셔츠를 뜻하는데, 다른 의미로는 문서를 덮는 비닐이나 종이로 된 덮개를 뜻한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서류를 전달할 때 그냥 달랑 서류만 전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한다. 꼭 셔츠를 입혀서 전달해야 보내는 사람의 정중함도 같이 보내진다고 하니, 서류의 손상도 막고 에티켓도 지키고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 파란색으로 증명하세요

보통 계약서나 수표 등 공식적인 문서에 서명할 때 검은색 펜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부르키나파소 사람들은 꼭 파란색 펜을 사용한다. 도장을 찍을 때 역시 파란색 인주가 일반적이다.

처음에는 '저 직원은 파란색을 좋아 하나보다' 혹은 '남은 펜이 파란색 밖에 없나 보다' 생각했는데 사무실이든 은행이든 작은 구멍가게든 모두 파란색 펜과 파란색 인주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한 직원이 서류에 서명을 할 때 셔츠 주머니에서 파란색 펜을 꺼내는 것을 보고 질문을 던졌다. 여기는 파란색으로만 서명해야 하는 것이냐고.

직원은 한참을 웃더니, 이 곳에서 파란색은 'Original(원본, 본래의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즉 파란색으로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으면 그 서류는 복사본이 아닌 원본이라는 것을 증명해준다는 것이다.

부르키나파소 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파란색으로 원본임을 증명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하니, 공식서류에서는 파란색 사용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사무실에서의 관습뿐 아니라 생활 속에도 여러 가지 에티켓이 있다.

인사 할 때 항상 가족의 건강도 함께 묻는 것, 식당에서 영수증은 항상 작은 상자에 담겨 오는 것, 돈은 그 상자에 넣어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 등이 있다.

그 나라만의 작지만 항상 이뤄지는 에티켓을 인식하고 같이 지킨다면 현지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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