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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와 춤추다] 희극, 유쾌하고 즐겁고 가벼운⑤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돈 파스콸레'
정경 논설위원 | 승인 2016.12.13 11:02

*클래식 예술의 한 장르인 오페라(opera)를 널리 알리고 이해를 높이기 위해 기획된 바리톤 성악가 정경의 교육 칼럼 [오페라와 춤추다]를 뉴스인에 연재합니다. 오페라마예술경영연구소는 예술에 관심이 높은 사회인과 학생들에게 예술 상식과 교양을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오페라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바리톤 정경

[뉴스인] 정경 논설위원 = 구두쇠들은 어째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일까? 돈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삼고 살아간다는 것이 남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는 일이 아님에도 수많은 희곡 작품들은 구두쇠들을 부정적으로 그릴 뿐 아니라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심지어는 독자나 관객들로 하여금 우월감을 느끼도록 이야기를 전한다.

이는 이야기 속의 풍자와 해학을 통해 이제껏 인류가 역사 속에서 추구해 온 행복, 평화, 사랑 등의 본질적인 가치들을 평가절하하고 금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정신을 통렬하게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모두가 행복하고 풍족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한 고민이 결여된 이들에게 ‘가진 자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희극을 의미하는 코미디(comedy)라는 단어는 그리스 희극인 코모이디아(komoidīa)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희극에 대한 가장 오래된 정의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등장한다. 그는 '시학'에서 희극을 비극과 대조되는 개념으로 간략히 소개하면서 희극을 두고 "일상적 인간보다 뒤처진 사람을 그리고 있지만 그 인물에게서 나타나는 열등함, 우스운 모양이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지는 않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는 훗날 르네상스 시대에 확립되는 일반 희극의 정의로 이어진다.

희극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바로 ‘경쾌한 웃음’이다. 희극은 기본적으로 씁쓸하거나 슬픈 정서보다는 상황 자체를 유쾌한 것으로 만들면서 관객들을 설득하고 이야기를 전한다. 관객들은 누군가가 우스꽝스럽게 망가지는 모습에 웃음을 짓는다.

오페라 '돈 파스콸레'에선 갑부인 파스콸레가 희생양 역할을 맡았다. 그가 지닌 부유함은 곧 그가 사회적 강자임을 암시하며 극 중 어떤 인물도 그보다 높은 지위의 인물은 찾아볼 수 없다. 반면 파스콸레를 골탕 먹이는 이들은 상대적인 약자들이다. 에르네스토, 말라테스타, 노리나는 대단한 부자도 권력자도 아니다. 바로 이러한 설정에 희극의 본질이 녹아있다.

희극은 사회적 강자의 부도덕한 일면, 잘못된 점을 우스꽝스럽게 드러내고 약자가 승리를 거두는 결말을 선보이며 풍자와 해학을 완성한다.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대 위의 이야기로 인해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며,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기저에 인류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가치가 깔려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희극은 인간의 삶을 가장 밀접하게 바라보고 그로부터 보편적이고 이상적인 가치를 추출, 축약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치환해 낸 달콤함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불편한 진실은 존재하는 법이다. 일례로 평등이라는 가치가 보편적 가치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아무리 오래전으로 잡아도 약 230년 전인 프랑스대혁명 즈음이다. 평등이라는 가치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 후에도 여러 형태의 불평등은 해소되지 못했고, 언제나 강자와 약자는 나뉘었다.

그러한 인류 보편적인 분노와 불만, 그리고 부조리의 해결에 대한 갈망이 작품에 투영된 것이 바로 희극인 것이다. 사람들은 작품을 통해 분노와 불만을 해소하고 심리적인 위안을 얻으며 다시 삶으로 돌아갔다. 다시 말해 관객들은 오페라 작품의 스토리와 음악을 소비하면서 불만족스러운 현실 타개에 관한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

센티멘털리즘이 배제된 오페라 '돈 파스콸레'는 작품의 결말 또한 쿨하다. 여기서 '쿨함'이란 그저 돈 파스콸레가 자신의 패배를 시인하고 에르네스토와 노리나의 결혼을 허락하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페라 '돈 파스콸레'에 담긴 쿨함은 작품의 결말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보편적이긴 하나 거창한 가치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관객들은 이 작품에서 영원한 사랑이나 만민의 평등, 명백한 권선징악과 같은 내용을 연상하기보다는 행복한 결말을 맞은 커플에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그 행복이란 모두의 인정을 받는 사랑, 즉 결혼과 그 결혼을 탄탄하게 받쳐줄 재산 상속권을 의미한다. 갑부 돈 파스콸레의 반성이 약자인 노리나와 에르네스토의 경제적 지반을 받쳐주는 결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결말은 철저히 사람들의 세속적인 욕망을 자극하고 대리 충족시킨다. 사랑하는 이와 부족함 없이 살고 싶다는 소망은 어느 시대의 소시민이든 자연스럽게 갖는 보편적인 욕망인 까닭이다.


이어지는 제20화에서는 《 로맨스의 완벽한 균형, 『사랑의 묘약』 》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정경 뉴스인 논설위원은 바리톤 성악가로 오페라와 드라마를 융합한 ‘오페라마(OPERAMA)’를 창시했으며 예술경영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 소장, 국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오페라마 시각(始覺)’, ‘예술상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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