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신고자 5000명 넘었는데 배상 대상은 겨우 180여명?

(사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이성수)

[뉴스인] 마소연 기자  = 호흡 독성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로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옥시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언급하며 제품 전 성분 공개를 결정했다.

지난 2011년 정부가 '원인 미상 간질성 폐렴'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한 지 5년 만이다.

옥시 레킷벤키저(대표 아타울 라시드 사프달)는 지난 3일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해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제품의 전 성분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아타울 라시드 사프달 대표는 "대한민국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해서 사용하는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기업은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성분을 사용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4일 피해자에 대한 조건 없는 보상과 구제가 이뤄진 다음에야 재발 방지를 위한 투명한 성분공개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최악의 환경참사를 일으킨 기업이 업계 선도적으로 제품 전 성분을 공개하는 것은 당연하고 의미 있는 조치"라며 "피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구제와 보상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성분 공개만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마라"고 지적했다.

또한, 성분 공개와 함께 국민이 우려하고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제품의 자발적인 판매금지와 회수조치가 이어져야 하며 생활화학제품 '전 성분 표시제'와 '신고의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시 레킷벤키저는 정부 1, 2차 조사에서 1,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정부 추산 180여 명)에 대한 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자는 지난달 기준 5000명을 넘어섰다. 이 중 사망자는 1055명. 피해자 5명 중 1명은 사망한 셈이다.

또한, 이러한 집계 역시 일부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서울대학교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추산한 결과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는 전체 약 1000만 명, 이 중 고농도 노출자나 건강 피해 경험자는 30만~200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학교 임종한 교수팀은 1995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폐렴 사망이 다른 OECD 국가들과 달리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은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종한 교수는 "2000년부터 2014년 사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 시기에 유독 국내에서만 폐렴 사망률이 급증했다"며 "국내 폐렴 사망자 7만 명 중 2만 명이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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