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부르키나파소 사바(Saaba) 지역에서 본 돼지 (사진=김주원)

[뉴스인] 김주원 = 나는 채식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공장제 육식에 반대하며 가금류와 조류를 먹지 않고 우유와 달걀, 어류는 먹는 페스코테리안(Pesco Vegetarian, 준채식주의자)이 된 지 갓 50일이 넘은 따끈따끈한 채식 신입생이다. 그리고 육류와 어류는 물론이고 우유, 달걀 등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비건(vegan, 엄격한 채식주의자)이 되기 위해 고심하는 초심자이기도 하다.

채식인들이 채식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지만, 나의 경우 ‘여자 돼지’의 생을 담담하게 그린 한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비롯되었다. 공장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면서 채 180도도 돌아보지 못한 채 살이 찌워지고 죽임을 당하는 암퇘지들의 울부짖는 소리는 충격적이었다.

자연적인 농법을 사용하는 농장에서 태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임신기계가 되어 새끼를 낳고 뺏기고 또 새끼를 배다 결국에는 도축시설로 보내지는 암퇘지의 삶에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인 나를 떠올린 후부터는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영화를 본 후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감독님은 이렇게 물었다. “돼지를 실제로 본 적이 있나요?” 객석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집에서 키우는 가축이었던 돼지들이 공장으로 가버리면서 현대인들은 동물원에서도 시골에서도 돼지를 실제로 보기 힘든 세상에 살게 된 것이다.

나는 돼지를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살아온 내가 돼지를 처음으로 본 것은 다름 아닌 부르키나파소 출장에서 문해센터 부지 모니터링을 떠났을 때였다.

채식을 결심하고 나서 부르키나파소에서 봤던 돼지들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돼지들은 자유롭게 마을 곳곳을 배회하고 다녔다. 저렇게 돼지들을 놔두면, 누구 소유인지는 어떻게 알고 또 다른 마을로 도망가면 어쩌지 하는 고민은 나만 하는 듯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교육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채식에 대한 결심이 내가 가진 직업과 분리되기 결코 쉽지 않았다. 공장제 육식과 살생에 대한 혐오감 그리고 평등에 대한 관심과 인종, 성별, 국적에 따른 차별을 반대하는 비분리에 대한 고민들이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부르키나파소 마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닭 (사진=김주원)

여러 기관에서 특히 양계사업을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육계 기르는 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여기서 말하는 효율이란 닭들이 사료를 더 적게 먹고 살은 많이 찌게 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효율적인 양계법에 대한 인도의 종착지가 결국에는 공장식 양계와 양돈 그리고 도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고민에 휩싸였다. 그리고 돼지들이 평화롭게 마을을 돌아다니며 자라게 하는 부르키나파소 방법에서 반드시 변화가 필요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양계나 양돈이 생존의 몇 안 되는 수단인 사람들에게 자연적인 농법을 강조하고 공장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많은 선진국들이 행하는 ‘사다리 걷어차기’와 무엇이 다를까?

실제로 부르키나파소는 아프리카 내륙 국가의 특성상 해산물이 많지 않고 땅이 척박해 채소가 잘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닭이 사람들의 주식인 셈이다. 이런 환경에서 내가 동물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환영의 의미로 제공된 식사를 거부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나의 행위가 행여나 문명과 비문명을 가르고 근대성을 평가하는 야만적인 ‘선진국인’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아닐까?

부르키나파소에서 먹었던 현지식. 숨발라를 넣어 만든 밥과 닭고기이다. (사진=김주원)

나는 11월 세네갈 다카르에서의 교원연수 모니터링 출장을 앞두고 있다. 이런 고민들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출장을 준비하고 있기에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채식과 개발학, 아프리카와 채식에 대해 아무리 검색해도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마음이 더 불안하다.

단순하게는 출장기간 하루하루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것에서부터, 채식과 개발협력의 상관성에 대해 스스로 결론을 내고 싶다는 절박감까지 다양한 고민이 들지만, 결국엔 이 모든 고민들이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다음 이야기에는 세네갈 출장 동안의 채식인의 밥상 이야기로 돌아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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