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부르키나파소 부세의 나무와 염소와 사람들 (사진=백미래)

[뉴스인] 백미래 = 아프리카 대륙은 서구 열강 지배를 받으면서 인위적으로 국경선이 나누어졌고 그 결과 현재 한 나라는 여러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르키나파소 역시 마찬가지다. 부르키나파소의 다양한 부족과 언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부르키나파소의 여러 부족

부르키나파소는 다수를 이루는 모시족을 비롯하여 보보족, 구룬시족, 풀족 등 53개의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여전히 민족 간 분쟁이 잦듯 부르키나파소 역시 부족 간 전쟁이 있었고 현재는 물리적 전쟁은 없지만 외국인인 필자의 눈에도 이족에 대한 은근한 차별이 있는 듯하다.

이를테면 대통령 선거 등에서 그들은 같은 부족에 투표한다. 그 결과인지 요직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시족 출신이다. 신기한 점은 이들은 한눈에 그들이 어떤 민족인지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막 쪽에서 유목을 하는 풀족 외에는 전혀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다. 풀족은 피부색이 비교적 밝고, 이목구비가 아랍인과 비슷해서 확연히 다른 부족들과는 구분된다. 이렇듯 이곳에서는 생김새, 성씨(姓氏), 고향 등으로 어떤 부족인지 알 수가 있다.

◇ 부르키나파소의 여러 언어

아프리카에 불어, 영어 등 공용어가 존재하는 것은 아직도 그들이 서구 열강 식민 지배 영향 아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여러 부족이 공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불어가 그들의 언어를 통합한다는 것이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다른 서아프리카처럼 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부족마다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부르키나파소에서 가장 큰 부족인 모시족은 그들의 언어인 모레어를 사용한다. 그들은 모레어를 굉장히 많이 사용하며 부르키나파소는 다른 서아프리카보다 공용어인 불어를 쓰는 빈도가 더욱 낮다고 한다. 수도에서 떨어진 시골로 갈수록 불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확연히 줄어든다. 실제 시골 마을로 들어가면 불어를 부족어로 통역해야 할 사람이 꼭 필요할 정도다. 수도인 와가두구에서도 무조건 모레어로 말하고 보는 사람들이 태반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시족이 아닌 다른 부족들에게도 모레어는 필수다. 심지어 그들은 내가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모레어로 자주 말을 걸곤 한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친구들 역시 대부분 모시족이기에 그들에게 조금씩 배운 모레어를 밖에서 사용하면 모레어를 할 줄 아느냐며 굉장히 반갑게 말을 걸곤 한다.

재미있는 점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공용어인 불어나 영어 사용은 한국 사람들이 한국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당연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한국에서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나, 영어를 쓰나 불어를 쓰나 묻곤 한다. 한국에서는 한국어 단 한가지의 언어만 사용하며 공용어도 그 하나뿐이라고 하면 그들은 이상하게 여긴다. 어떻게 한 나라에 언어가 하나일 수 있는가? 우리의 시선으로는 어떻게 한 나라에 그렇게 많은 언어가 존재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인데 우리와는 다른 시선의 사고이다.
 
마지막으로 부르키나파소는 불어가 공용어인 만큼 엄청난 프랑스 시장이다. 의식주뿐 아니라 프랑스 미디어를 엄청나게 소비하는 것이 놀라울 정도인데, 다른 서아프리카 국가 사정도 비슷할 것이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프랑스 채널을 통째로 사서 본다. 드라마, 영화, 스포츠 뿐 아니라 뉴스도 프랑스 뉴스를 본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고 하는데, 그들의 편리를 위해 혹은 외교적 압력에 의해 불어를 계속 소비하는 것이 그들의 삶과 사고를 얼마나 종속시킬지 우려된다. 그들이 가진 다양한 부족들과 언어와 문화만으로 그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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