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부르키나파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 (사진=신주용)

[뉴스인] 신주용 = 흔히 아프리카에 다녀왔다고 하면 집 앞에 사자와 톰슨가젤이 목숨을 걸고 뛰어 다니는 곳을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프리카에서도 사바나 초원이 푸르른 동아프리카의 사파리를 방문해야 저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북아메리카에 다녀온 사람들의 집 앞에 불곰이 지나다니지 않는 것과 같다.

실제로 부르키나파소에서 우리 집 앞에 뛰어 다닌 동물은 당나귀, 염소와 양이었다. 부르키나파소 안에서도 레오 지역에 코끼리 출몰지가 있지만, 실제로 코끼리를 본 현지인 친구들은 없었다. 나 역시 레오로 출장 갈 때마다 코끼리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출몰지를 지나갔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특별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양과 염소, 소가 부르키나파소에 있지만 생김새는 전혀 다르다. 처음 부르키나파소의 양을 본 사람들은 흔히 염소라고 착각한다.

우리나라 양은 하얀 털이 북슬북슬하지만 부르키나파소의 양은 털이 짧고 색이 점박이다. 우리나라 양은 귀가 상대적으로 짧고 올라가 있는 반면에, 부르키나파소 양은 귀가 크고 늘어져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목초지에서 양을 볼 수 있지만,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아마 와가두구 공항에 내려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동물이라고 확실할 수 있다.

부르키나파소에서 볼 수 있는 양 (사진=신주용)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양고기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우리나라 포장마차 비슷한 마끼(Maquis, 아프리카의 무허가 식당)에서는 숯불에 구운 양고기를, 레스토랑에서는 양고기 수프나, 스튜를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마끼에 앉아 양고기 구이 500세파(한화 약 1000원)에 맥주 한 병을 마셨던 추억이 떠오른다.

양고기에 대해 아쉬웠던 일도 있다. 이슬람 최대 명절인 타바스키(Tabaski)에는 우리가 명절에 전을 부쳐 먹는 것처럼 집집마다 양을 잡아 여러 가지 요리를 해먹는다. 타바스키는 성경의 아브라함이 이삭을 하나님께 예물로 바치려 할 때, 하나님께서 덤불에 걸린 양을 주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양고기를 좋아해서 이날만을 기다렸던 나는 쿠데타로 인해 이 최대 명절을 즐길 수 없었다. 쿠데타로 인해 모든 상점과 식당, 주유소가 문을 닫았고, 타바스키 하루 전날 쿠데타 군의 조치로 개점했으나 사람들이 몰려 구하기 어려웠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타바스키 양고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염소는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부르키나파소 염소가 훨씬 작고 말랐다. 염소 역시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가끔 양고기를 파는 마끼에서 염소고기를 팔기도 했는데, 현지인들은 잘 먹지 않았다. 양고기보다 질기고 먹을 살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특이했던 점은 우리나라는 흑염소가 더 비싼 반면에 부르키나파소에서는 가격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한인들은 몸보신을 위해 흑염소를 먹곤 했는데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했다.

부르키나파소의 소 (사진=구글 이미지)

소는 한우와는 전혀 다르게 생겼고, 색도 다양하다. 소고기 맛도 다르다. 부르키나파소의 소는 뿔이 훨씬 더 크고 길다. 투우 소와 비슷한 느낌이나 훨씬 말랐다. 흰색, 회색, 검정색, 갈색, 점박이 등 다양한 색의 소들이 있다. 그래서 소떼가 지나갈 때 알록달록 예쁘다.

이 글을 통해 ‘아프리카는 동물의 왕국’이라는 이미지가 달라졌으면 좋겠다. 아프리카라고 해서 도시에 코끼리가 앉아 있지는 않다. 생김새만 다를 뿐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을 그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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