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사바 지역의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과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 한 그루 (사진=김주원)

[뉴스인] 김주원 = 지난 7월 첫 부르키나파소 출장길에 올랐다. 처음 향하는 아프리카 대륙이라 현지 날씨가 어떨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정말로 더운지, 덥다면 얼마나 더울지 궁금했다.

한국의 한여름처럼 푹푹 찌고 습한 여름 날씨일지, 햇볕은 따뜻하고 공기는 선선한 유럽의 날씨일지, 건조해서 피부가 쩍쩍 갈라지던 터키의 날씨일지, 출장을 통해 직접 느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국일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 적응하기 힘들었던 강렬하고 충격적인 더위

24시간이 넘는 길고 긴 비행 끝에 비행기가 와가두구 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하늘 중앙에 커다랗게 떠 있는 태양과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 아주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지만 살이 익어버릴 것 같은 이 더운 날씨를 2주 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와가두구의 태양은 강렬했다. 섭씨 40도가 조금 안 되는 기온이 지속됐다. 조금만 햇빛 아래 있어도 바로 살이 타는 듯했고 공기 자체가 후덥지근해 출장 첫 며칠간은 도무지 적응하지 못했다.

출장 기간 머물던 작은 호텔은 사무실에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가까운 거리라 아침 일찍 걸어서 출근하느라 10분 남짓 걸었을 뿐인데 하루 종일 기운을 내지 못하고 어지러워 지쳐있기도 했다. 그만큼 내겐 충격적일 만큼 새로운 더위였다.

황색 모래 돌풍이 일자 급하게 이동하는 와가두구 시민들 (사진=김주원)

◇ 태양, 모래 돌풍, 굵은 빗방울 그리고 다시 태양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 않는가. 와가두구의 더위에 점점 적응해 갈 무렵, 약국에 가는 길이었다. 한창 약을 사고 있는데 창 밖 풍경이 심상치 않았다. 하늘이 점점 노랗게 변하더니 모래 돌풍이 사정없이 길거리의 사람들을 강타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모래먼지를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모래돌풍을 뚫고 약국에서 뛰어나와 차로 사무실까지 이동하는데,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잔잔한 비가 아니라 하늘에서 내리퍼붓는 비였다. 속이 다 후련할 만큼 엄청난 양의 비가 짧은 시간 동안 쏟아지는데, 도저히 운전이 불가능해 도로 위의 차가 모두 멈춰 서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이 집중성 호우는 불과 10분 남짓 내린 것이었지만, 도로 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아이들도, 오토바이를 타고 바삐 어딘가를 가던 어른들도 모두 비에 쫄딱 젖게 만들었다. 도로 위는 홍수가 되어 흙탕물이 가득 고였고, 도로 옆 나무와 광고판은 나가떨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이 고여 흙탕물이 가득 고인 와가두구 시내 (사진=이다영)

◇ 다채로운 날씨로 가득했던 부르키나파소

비가 그치고 해가 나오자 땅 위에 고였던 빗물들은 빠르게 말라갔다. 그리고 공기는 제법 선선해졌다.

재미있는 것은 비가 한번 왔다고 부르키나파소 사람들이 점퍼에 파카에 추위를 피하기 위해 긴 팔 셔츠로 꽁꽁 싸매 입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비가 왔어도 더워서 민소매원피스를 입고 부채를 필수 아이템으로 들고 다니던 우리 출장팀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강렬했던 태양 위로 노을이 지는 모습 (사진=김주원)

비가 온 다음 밤이 되자 하늘은 깨끗해졌다. 이런 하늘을 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광활히 높던 밤하늘은 별들로 가득 찼다. 별들을 보면서 여전히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일반 대중들을 위한 다양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부르키나파소에 출장을 갔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가장 처음으로 하는 질문이 바로 “많이 더워?”였다. 그들도 나도 이런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릴 줄 상상이나 했으랴. 흔히 생각하는 쩍쩍 갈라진 대지와 겨우 겨우 풀이 한 포기 자라 있는 아프리카의 고정된 이미지 말고도 이토록 다양한 날씨가 있었음을 누가 알고 있었으랴.

비가 올 듯 말 듯 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한국 날씨를 보니 부르키나파소의 세찬 비가 그립다. 마치 폭포수처럼 시원하게 하늘에서 내리던 빗방울들 말이다. 그때 그 순간을 생각해보면 세찬 비에 대비해 빗물 저장 시스템을 만들고, 도로변 광고판이 쓰러져 사람들을 덮치지 않게끔 조치가 취해진다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상념에 잠긴다.

시간이 흘러 다시 부르키나파소를 방문했을 때는 비 오는 날의 풍경이 조금 달라져 있으려나. 이 더운 여름, 나는 부르키나파소가 그립고 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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