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돌잔치에 참여한 할머니와 손자 (사진=백광순)

[뉴스인] 백광순 =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는 첫 번째 생일은 한국에선 큰 의미를 갖기에 돌잔치를 베풀어 가족, 친지, 지인 등 많은 사람을 초대해 함께 축하를 해준다. 예전엔 아이들이 병 때문에 빨리 죽어 100일, 돌 이렇게 숫자를 세어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잔치를 해주었지만 지금은 본연의 의미 보다는 형식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우리 예전 모습과 같아 100일이 채 되기도 전에 질병과 영양실조 등으로 죽는 아기들이 많다. 태어난 지 1년이 되는 돌잔치는 정말 살아있고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더 강함을 느낄 수 있다.
 
국제개발협력사업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분야인 모자보건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엔 죽어나가는 아기들이 많지만 TV에서 나오는 NGO 후원 광고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만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사각지대가 있는 것처럼 아프리카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가난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부유한 사람들과 중산층도 있으며, 보통 사람들이 더 많다.
 
아프리카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며 비슷한 문화가 많은데도 미개한 사람들로 여겨지는 것을 보면 속상할 때가 많다. 

돌잔치에 올라온 생일 케이크 (사진=백광순)

내가 머물고 있는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도 돌잔치가 있다. 사랑하는 자녀의 첫 생일을 챙기는 것을 보며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과 다른 것은 피부색뿐이지 정 깊고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우리네 예전 풍습과 다름없다. 먼 땅이라 우리와 익숙하지 않아 멀게만 느껴졌는데 우리와 같은 문화를 많이 접하고 나니 이제는 친근하게 느껴진다.

현지인 친구의 돌잔치에 가지 않겠냐고 해서 두말 할 것 없이 ‘yes’를 외쳤다. 현지인들의 문화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좋아 웬만하면 현지인들의 초대를 거절하지 않는다.

초대를 받아 간 곳은 12월에 결혼을 앞두고 약혼한 커플의 아이 돌잔치였다.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해 먼저 음료나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양가에서 준비한 음식이 식탁에 뷔페식으로 차려진다.

집안의 가장 어른이 아이와 아이의 부모를 위해 축복하는 기도를 하고 나서 음식을 먹으며 인생사 이런 저런 수다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맨 마지막 생일케이크에 초를 켜고 다 같이 모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아이를 축복해준 뒤 케이크를 나눠 먹고 아이에게 선물을 준다.

지난 5월 부르키나파소의 단 가정집에서 열린 돌잔치 음식 (사진=백광순)

우리와 다를 것이 없었다. 형식적이고 남의 시선을 따지는 우리나라보다는 부르키나파소의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 스타일이 더 나와 맞는 것 같다. 부르키나파소에서 초대를 받아 결혼식, 돌잔치, 세례 등을 다녀보면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먹고 싶은 대로 먹고 마시고 춤추며 이야기하고 그야말로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프리카는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이 다가 아니다. 진짜 아프리카를 알고 싶다면 짧은 여행이더라도 여행책자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 속으로 뛰어들어 직접 보고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프리카도 어떤 시선으로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우리가 사는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이곳에서 만난 아프리카인들은 다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진 인간일 뿐 흑인이라서 다른 것은 아니다. 그 누구보다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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