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키트포(Kitfo) 라는 메뉴. 양념이 된 생고기와 다진 시금치, 현지 방식의 치즈, 소스가 함께 나왔다. (사진=김연지)

[뉴스인] 김연지 = 인제라(injera)는 한국인이 끼니에 밥을 안 먹으면 허전한 것처럼 에티오피아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밥 드셨어요?”라고 인사를 하듯 에티오피아에서는 “인제라 드셨어요?”가 인사말이라고 하니, 인제라와 밥은 에티오피아인과 한국인에게 그 의미가 똑같은 것 같다.

인제라는 커다란 팬케이크 같기도 하고, 또띠아 같기도 하고, 메밀전병같이도 생겼다. 하지만 인제라에는 밍밍한 맛과 함께 사워도우 빵이 생각나는 시큼한 맛이 있다. 시큼한 맛은 에티오피아 토착 작물인 테프(teff) 가루와 물을 섞은 반죽을 3일 동안 발효시킨 뒤 굽기 때문에 생긴다. 스펀지같이 송송 난 구멍과 폭신한 질감도 발효과정의 결과다.

쉬로(Shiro)라는 이름의 인제라 메뉴. 병아리콩과 같은 콩류로만 만들어진 소스로 가장 저렴해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다. (사진=김연지)

처음 인제라를 먹었을 때는 이것을 몰라 상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인제라는 에티오피아의 영토였던 에리트레아의 전통음식으로 에티오피아뿐 아니라 주변국인 소말리아, 수단 등에서도 즐겨 먹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육볶음을 시키면 공기밥이 당연히 따라 나오듯 다양한 종류가 있는 와트(wat)를 시키면 인제라가 따라 나온다. ‘와트’는 인도의 난과 커리처럼 인제라와 함께 먹는 향신료로 양념한 고기나 채소, 소스 등을 일컫는다. 인제라는 밥, 와트는 반찬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새참이 담겨있을 것 같은 큰 쟁반에 인제라를 접시처럼 깔고 그 위에 주문한 와트(wat)가 올라 나온다. 

보통 고기 요리를 뜹스(Tibs)라고 한다. 고기를 튀기는 방식과 수프방식이 있는데, 그릇에 담긴 음식이 인제라 위에 올려져 나오기도 한다. 맛은 우리나라 갈비탕과 비슷하다. 염소고기 수프와 염소고기 볶음. (사진=김연지)

인제라는 손으로 먹기 때문에 먹기 전 꼭 손을 씻어야 한다. 큰 식당의 경우 손 씻을 물을 테이블로 가져다주기도 한다.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손으로 인제라를 뜯어 함께 나온 와트를 집어서 먹으면 된다.

처음 인제라를 먹었을 땐 양손을 사용해 인제라를 뜯은 다음 쌈을 싸듯 한 손바닥에 인제라를 올리고 그 위에 각종 고기와 소스를 올려서 먹었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한 손만을 사용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알고 슬그머니 나의 다른 한 손을 고이 무릎에 올려두었다.

손 씻을 물을 테이블로 가져다 주기 때문에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가지 않아도 된다. (사진=김연지)

다른 나라에 도착하면 우리나라와의 차이를 먼저 느끼게 된다. 사람들의 다른 모습과 다른 언어, 다른 거리의 풍경. 어느 나라에나 있는 차도의 신호등 하나에도 호기심을 두고 사진으로 남긴다. 이렇게 하나하나 다른 점을 비교하다 보면 언제부턴가 우리와 닮은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에티오피아에서도 그곳 거리의 풍경, 길 위를 지나가는 자동차들, 들려오는 소리들에서 ‘아, 저런 것은 우리나라와 정말 다르다’ 또는 ‘참 낯설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점점 그런 다른 점들에 익숙해지고 닮은 점들을 발견했던 것 같다.

여기도 한껏 꾸미고 나와 친구들과 시내에서 놀고 데이트도 하는구나. 이곳에도 길거리에 구두를 닦아주는 사람들이 있네? 인제라와 밥처럼 그렇게 닮은 점을 하나하나 발견하면서 에티오피아와 어느샌가 정이 들었다. 아, 인제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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