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최초 119 구급대' 발족, 28년 지난 지금은?

지난 1988년 6월 8일, 우리나라 첫 119 구급대가 발족식을 가졌다. (사진=네이버디자인)

[뉴스인] 김다운 기자  = 제24회 서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있던 지난 1988년 6월 8일, 한국의 첫 119 구급대가 발족했다. 

구조대원들은 국내 첫 구조대라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열악한 환경에 힘들어했다. 당시 소방서에 배치된 구조장비는 턱없이 부족했으며 대기실과 사물함 등도 마땅히 구비되지 않아 대원들이 불편함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지금,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은 이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특히 업무 특징상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신체적‧정신적 질병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소방관들이 많다.

지난 2013년에는 경남 김해 화재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소방관이 더위로 탈진해 순직했고 지난해 충북 청주시에서는 화재현장에 출동했다가 탈진으로 쓰러진 소방관의 모습이 보도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소방관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매일 구조현장에서 다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소방관들도 많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란 자연재해, 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이후에도 계속 공포감, 죄책감 등을 느끼는 정신적 질환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중 20.8%가 최근 우울증상이 있었다고 답했으며 이는 일반근로자에서 나타난 8.2%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한 국민안전처가 전국 소방관을 대상으로 심리평가를 진행한 결과, 6.3%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었으며 이 역시 일반인의 0.6%보다 1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30여 년간 경기도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해 온 최 모(57) 씨 역시 9일 이러한 소방관들의 고충에 공감했다.

그는 "장시간 화재 진압에 열중하다보면 탈진과 같은 일은 흔한 일"이라며 "특히 물을 많이 먹은 건물들은 붕괴될 우려가 많아 그 안에서 다치는 대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또한 "정신적으로도 교통사고나 화재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을 보면 밤새 꿈에 나와 뒤척인 경험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소방관들의 고충을 고려해 각 지역 소방서에서 소방관들을 위한 복지 제도나 안전 시스템들이 많이 마련된 상태라고 했다.

최 씨에 따르면 일부 소방서에서는 아침마다 대원들의 건강체크를 하고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또한 신체적‧정신적으로 지친 대원들을 위해 문화생활, 휴양지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소방서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을 위해 '동료 심리상담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일부 선발된 소방관들에게 심리 상담 교육을 제공한 후, 동료들과의 상담을 통해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제도다.

이 밖에도 '힐링캠프', '심신안정실' 등 소방관들의 심리적·정신적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최 씨는 "화재 현장에서도 지휘관과 안전관 등이 대원들의 인원과 시간 등을 체크하는 등 이중 삼중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소방관들의 업무 특성 상 위에서 말한 문제들을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소방서 자체적으로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력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통 현장출동 부대를 편성하면 3교대가 돼야 하는데 인원이 없다보니까 2교대로 편성돼 대원들의 피로가 누적되는 경우가 많다"며 "거의 1인 3역을 해야 할 때가 많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방관 기준인력은 5만 493명인데 반해 현장활동인력은 2만 9783명으로 2만 710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준인력 대비 41% 부족한 수치다.

유대운 의원에 따르면, 구급차에는 3교대를 기준으로 운전자를 포함해 대원 3명이 탑승해야 하지만 일부 서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2명만 탑승해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씨는 "소방관은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구조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만큼 무엇보다도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이라며 "소방관 인력 충원이 이루어져 더 많은 구조 현장에 투입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소방대원들은 여전히 뜨거운 현장에서 20kg이 넘는 장비를 지고 구조에 열중하고 있다.

국민들의 생명을 위해 싸우는 직업인 만큼, 정부의 인력 충원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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