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글 그림책을 출판한 일본인 야마기와 타카코(山極尊子) 작가가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눈으로 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인(NEWSIN)에서 칼럼으로 연재합니다. 야마기와 타카코는 2008년 한국으로 유학 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석사학위와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교육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지한파 동화작가입니다. -편집자주

(사진=방찬순 사진작가)

[뉴스인] 야마기와 타카코 = 어떤 사안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사람들은 문제점이 있을 가능성을 인식하게 된다. 이런 의혹을 접할 수 있는 빠른 방법은 매스미디어다. 제4의 권력이라고 불리는 언론은 거대한 영향력을 갖는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언론과 탈북민의 관계를 언급한 바 있다. 자극적인 미디어가 단순히 호기심을 유도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이 경험하지 않은 일을 경험한 것처럼 말하게 한다거나, 미디어의 프레임으로 북한이탈주민에게 낙인을 씌우는 고통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4·13 총선 직전 필자가 본 보도는 이 모든 것을 한 눈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해외 종업원 탈북’이라는 보도는 북한이탈주민이 얼마나 보호 받지 못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탈북 보도 목적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례를 깨트리는 보도가 나오고 언론이 이에 대해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 총선 이후 후속보도가 없다는 것은 언론의 역할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나는 북한 여성들이 토론하는 프로그램은 안 봅니다. 너무나 많은 거짓말과 경험하지 않은 일들을 말하고 있으니까요.”

필자는 북한이탈주민이 나와서 북한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여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북한이탈주민을 만난 경험이 있다. 그 중 한 명은 평양 출신으로 고위관료의 부인이었다. 정치적 이유로 탈북 했고, 몇몇 토론회에 초청을 받은 경험도 있지만 이제는 응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녀는 북한 권력이 폐쇄적이라는 것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알 수 없는 권력 내부 생활을 이야기 하는 방송 출연자는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다른 북한이탈주민도 마찬가지였다. 필자가 만난 사람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는 방송 출연자의 정보 출처는 방송 관계자일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겠죠.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먹고 살기 위해’ 북한을 이탈한 사람들이 또 다시 ‘먹고 살기 위해’ 이탈한 지역에서 이용을 당하고 있다. 아마 누군가는 ‘이용을 당한 사람들의 과오’를 이야기 할 지도 모른다. 참으로 안일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서양에서 중세 마녀사냥은 불안한 정세를 벗어나기 위해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우리는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탓하는가? 아니면 마녀사냥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려고 한 사람들을 탓하는가? 극단적이고 적합하지 않은 비유일 수 있다. 하지만 ‘이용당한 사람들’ 뒤에는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의 과오가 더 큰 것이 분명하다.

한 가지 분명하게 하고 싶다. 일반적인 북한이탈주민이 아니라 언론에서 접하는 북한이탈주민 중에는 먹고 살기 위해 북한을 이탈한 후 먹고 살게 해주겠다는 말 때문에 스스로 이용당하거나 인권과는 관계없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다.

언론과 미디어는 이를 방조하거나 동조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사회는 미디어와 언론에게 어느 정도는 ‘이용당하지 않을 힘’이 작동한다. 그 힘이 제대로 작동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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