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박용우 회장 "노인의료제도 개선해야"

박용우 회장은 현 노인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간병비 급여화'와 '요양시설 입소 기준 하향 조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진=민경찬 기자)

[뉴스인] 김다운 기자  = 최근 노인인구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한국도 노인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5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3.1%이며, 2030년 24.3%, 2040년 32.3%, 2060년 40.1%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초고령 사회에 맞는 노인의료·복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 뉴스인과 만난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박용우 협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현 노인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혼재, 갈 곳 잃은 환자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두 기관의 구분하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의사인력의 유무다.

요양병원은 요양과 더불어 질병에 대한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제공돼 주로 의료처치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이 입원한다. 반면 요양시설은 의사인력이 없고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만 배치돼 있어 건강상태에 특별한 문제가 없고 의료처치가 불필요한 경증환자들이 머무는 곳이다.

박용우 협회장은 “현재 요양병원에 있어야 할 환자들과 요양시설에 있어야 할 환자들이 서로 혼재돼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33%는 의료처치가 필요 없는 경증환자들인 반면 요양시설에 입소한 환자 중 30%는 의료처치가 필요한 중증환자다. 박 회장은 이를 위한 대안으로 ‘간병비 급여화’와 ‘요양시설 입소기준의 하향조정’을 제시했다.

그는 “요양병원의 경우 간병비가 들어 본인부담금이 높은 편인데 많은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느껴 요양병원 대신 시설을 선택한다”며 “요양시설 측에서는 의료 활동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환자들을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 재정 등이 부족한 지방의 요양시설 같은 경우 환자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어 사고 가능성도 높다”며 “환자들에게 간병비를 지원해 중증 환자들을 요양병원으로 옮겨 전문적으로 치료받게 하고 경증환자들은 시설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 2014년 발생한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소수의 간병인이 다수의 환자들을 모두 관리하지 못해 생긴 사고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정부 측에서는 간병비를 지급하는 대신 경증 환자의 수가를 낮추는 대안을 제시했고, 많은 요양병원들이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어 점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요양병원 수가 너무 많다며 자꾸 줄이려고 하니 답답한 심정이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는 요양병원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만 잠깐 다루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한 기관 측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정책 지원 미비 등 열악한 환경에서 오는 어려움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용우 협회장은 한국이 초고령 사회를 10년 일찍 경험한 일본의 노인의료제도를 유심히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민경찬 기자)

◇ 일본 사례 통해 미리 준비하는 한국의 미래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약 10년 일찍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이미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노인의료제도를 갖추고 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도 일본의 제도를 토대로 노인의료제도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 한 곳에서 통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요양병원은 각 병동별로 세분화 돼 좀 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 회장은 “일본은 재활, 치매, 요양, 개호 등이 병동이 각각 분리돼 있어 환자 개인의 상태에 맞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의료부터 보건까지 한 곳에서 전부 이뤄지는 한국과 달리 환자가 순차적으로 좀 더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 과정을 밟을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의료기관이 주로 수도권에 편중돼있어 지방에서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기가 어렵다. 반면 일본은 지역마다 중심기능을 하는 병원이 있으며 각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의료제도를 맡고 있다.

박 회장은 “현재 일본에서는 지역별로 서비스 코디네이터가 환자들의 상태를 진단하고 어떤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하는지 알려준다”며 한국도 이러한 체제를 도입해 환자들이 개인에게 맞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뿐 아니라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은 환자들이 먼 거리를 이동할 필요 없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의료부터 요양까지 모든 서비스를 받게끔 해 환자들의 만족도 또한 높은 편이다.

또한 일본은 수년전부터 고령화에 대비해 많은 토론과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현재 2025년에 대비한 대책까지 마련해놓았다.

박 회장은 “일본에 가보니 동경대 경영학과 교수들도 노인의료제도 개선에 힘쓰고 있었다”며 “사회전반을 볼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면서 보다 거시적인 제도 개선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현재 사회복지나 의료·보건 전문가들만 노인의료제도에 관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으로는 제도 개선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마지막으로 노인의료와 복지를 함께 담당할 수 있는 전담부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노인질환의 특성상 의료와 복지를 분리할 수 없고 노인인구 비율이 점점 증가하는 만큼 전담부서를 통해 좀 더 체계적인 노인의료제도를 갖춰야 한다"며 노인의료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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