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헬레나 유 = 동시대 문화예술 분야들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것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며,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만일 먼저 발표된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그 출처를 밝히는 것이 당연하고 또 바람직할 것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작품 이미지=권경엽 작가 제공)

위 두 작품은 권경엽 작가가 2009년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의 개인전 당시 발표했었다. 일명 ‘붕대 작가’로 잘 알려진 권경엽 작가는 일본을 비롯해 해외 국가들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며 주목 받고 있는 동시대 한국 미술가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 대중은 아무리 유명한 동시대 한국 미술가라 해도 각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문화의 경우는 어떨까? 잠시 반짝했던 가수 혹은 배우라 하더라도, 공중파 TV 프로그램 혹은 영화, 각종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면 대중의 뇌리에 깊이 박히게 된다. 하물며 꾸준한 대중적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의 경우는 어떨까?

팀 내의 비주얼을 담당하고 있는 수지를 비롯하여 멤버 전체가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걸 그룹 ‘미쓰에이(miss A)’가 2012년 앨범을 발표하며 ‘붕대 의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붕대 의상 사이로 멤버들의 속살처럼 보이는 부분 또한 있었기에 선정성 논란도 있었는데, 미쓰에이 측은 언론을 통해 “붕대 의상은 아프고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의상의 모티프가 된 부분을 언급한 바 있다. 

(사진=미쓰에이 공식 홈페이지)

위 앨범 화보 사진과 권경엽 작가의 작품을 비교해 보면, 단순히 ‘붕대 의상’이라는 표면적인 형식뿐 아니라 전체적인 색감과 분위기가 많이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권경엽 작가는 해당 사안에 대해 “붕대 의상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상처와 치유’라는 콘셉트를 포함해 상당 부분 유사점이 많이 발견되며, 눈에 눈물 보석을 붙인 세부적인 부분까지 유사하다”고 하였다.

또한 “JYP 측에서 만일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의상을 제작했다면, 콜라보 형식으로 제작했으면 좋았을 듯 하다”고 덧붙였다.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눈 아래 눈물 보석을 그렸다. (작품 이미지=권경엽 작가 제공)

권경엽 작가가 해당 작품을 발표한 시기는 2009년이었고 미쓰에이가 ‘붕대 의상’으로 이슈가 되었던 앨범을 발표했던 시기는 2012년이었다.

온라인 상에서도 미쓰에이의 붕대 의상을 두고 “권경엽 작가의 작품이 떠오른다”고 한 이들도 있었다.

JYP 측에서 실제로 권경엽 작가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아니면 그저 우연의 일치였는지는 JYP 측만 알고 있을 것이다.

만일 전자의 경우라면 대중문화 창작자들이 순수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해당 콘셉트를 가져오는 경우라 볼 수 있으니, 참고한 작품의 출처를 밝혀주는 것으로 미술 작품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 보인다.

‘팝 아트’라는 개념이 말해주듯, 미술 작가들이 대중 문화 혹은 매스 미디어에서 소재를 많이 차용하여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경우에는 제목 혹은 작품 설명을 통해 출처가 차용한 소재의 출처가 드러나며, 소재의 출처가 언급되지 않는다 해도 대부분 그 출처를 알 수 있다.

반면 반대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즉 대중문화 콘텐츠에 미술 작품이 소재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대중문화 콘텐츠에 어떠한 미술 작품이 소재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이들이 극히 드물어 그 출처를 꼭 밝혀둘 필요가 있다.

그것이 결국은 대중문화가 순수예술분야를 보호하며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 방식이 될 것이다.

권경엽 작가는 또한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의 ‘대니 킹 헤리안토’라는 작가가 본인 작품과 매우 유사한 콘셉트를 가진 작품을 싱가포르 ‘아트 프론트 갤러리’에서 전시하여 한 차례 마음 고생을 한 바 있다.

왼쪽은 권경엽 작가의 작품 ‘Adios’이고, 오른쪽은 인도네시아 작가 대니 킹 헤리안토의 ‘Bandage’이다. 전체적인 구성과 콘셉트 등이 유사하여 표절 혐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싱가포르 갤러리 측은 “두 작품간 유사성이 없다”고 일축하였고, 대니 킹 헤리안토 작가는 “권경엽 작가 작품을 좋아해 오마주한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만일 작가 본인이 권경엽 작가 작품을 처음부터 오마주 하려 했었다면, 오마주한 대상을 분명히 밝히고 전시했어야 한다.

권경엽 작가 건 외에도, 국내외 다수 작가들이 현재도 여전히 미술 작품 표절 시비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평론가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을 통해 표절로 인정된다는 의견을 받을지언정, 창작 저작권 침해 사례의 경우 소송에 있어서도 최소 몇 년은 소요되며 또한 국제적인 사건의 경우 해외 로펌 혹은 변호사에게 의뢰하여 사건을 진행해야 하기에, 대부분 작가들 개인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사례들이 현재까지도 많이 일어난 것을 보면, 향후에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를 위해 작가 고유의 창작물인 미술 작품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법안 등 구체적인 보호 기제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을 시 작가들이 보다 소송 비용 등의 부담 없이 자유롭게 문제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헬레나 유(Helena Yoo)는 헬레나앤코의 대표 아트디렉터로 한국 동시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에 관해 소개해오고 있다. MTN TV '미녀들의 주식수다'에서 외환 및 주식 시장에 대한 해설을 했으며, 국제회의 통역사 및 진행자로 활동하며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을 갖고 현재 칼럼니스트, 작가, 아트디렉터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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