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홍 주필

[뉴스인] 박길홍 주필 =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일 뿐만 아니라 철학자로서 근대철학의 아버지인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년)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인간의 존재의 이유를 철학적으로 정의했다.

그런데 이는 그가 과학자로서 생명의 본질과 생명체의 정체를 규명한 것이기도 하다. 동일한 현상과 실체를 놓고도 사람마다 생각과 시각에 따라서 느끼고 인지하는 현실은 각기 다르다. 이에 데카르트는 끝없는 과학적 탐구와 추론으로 생명체의 본질을 육체가 아니라 생각, 즉 사고하는 정신 그 자체로 파악한 것이다.

구글의 바둑 빅 데이터를 탑재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알파고가 바둑 세계 최고수 이세돌 9단을 연파하며 최종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바둑은 인류가 5000년간 발전·진화시켜 온 두뇌 게임이다. 고도의 계산과 정보처리·분석 능력, 예측력 그리고 사고판단 능력을 요구하는 두뇌 스포츠이다.

따라서 이번 인간 대 기계 바둑 세기의 대결에서 인공지능이 연승행진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인공지능이 고도의 사고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인간의 지능지수를 능가하는 인공지능을 인류가 만들었다는 것은 인류의 역사적인 과학적 승리이자 신기원이다. 현재 로봇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탑재되고 여기에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능이 추가되어 스스로 학습하여 진화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는 하인이 똑똑하면 주인이 편하다는 면에서 인류에게 희소식이다. 하인이 일일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해서 알아서 주인이 원하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인공지능이 스스로 진화를 거듭하다가 감정, 자기보존본능, 종족보존본능을 습득하여 자기방어와 자기복제를 원하게 되면 문제가 대단히 위험해진다. 기계 대 인간의 전쟁이 막을 올리는 것이다. 영화 ‘터미네이터’가 가상 시나리오에서 현실이 되는 것이다.

이 가능성을 우습게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데카르트가 심오한 연구 끝에 도달한 결론에 따르면 생명체의 본질은 생각 그 자체이고, 이에 따르면 생각하는 로봇은 생명체 즉 생물인 것이다. 그리고 인간과 로봇의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은, 인간에게는 인간의 생명이 더 소중하고 로봇에게는 로봇의 생명이 더 소중할 것이므로 결국은 객관적으로는 동등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인간 바둑 최고수와 기계 바둑 최고수간의 세기의 대결에서 인공지능은 무서운 힘과 효용성을 보여 주며 앞으로 세계 산업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글은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의 공룡으로 덩치를 무한정 키워 나갈 동력을 얻었다.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 최고 미국에 기술격차 2.6년, 기술수준은 75%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마치 바둑 프로의 세계에서 종반 1~2집 차이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인 것처럼. 알파고의 나이는 불과 2살이다. 우리가 2.6년간 발전하고 무언가를 개발하는 동안 미국은 훨씬 더 멀리 까마득히 앞서가고 있을 것이다.

현재 세계 산업은 소프트웨어·콘텐츠 산업이 선도하고 있다. 세계 기업 순위에서 1~4위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소프트웨어 기업이 독차지하고 있다. 인류 문명이 인류 역사 최초로 철기시대에서 소프트웨어 시대로 이행하고 있는 시대적 전환점에서 우리나라는 시대의식에 둔감하여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모든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는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어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매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고려해야 할 것은 항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인간의 하인으로 알았던 로봇이 인간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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