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노 타다시 작가, 3~9일 재동갤러리서 '불완전한 금속'전

일본인 조각가 아오노 타다시(Aono Tadashi). 

건축물, 자동차 등 인류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금속 중 하나인 철. 철의 부식되는 성질을 이용해 시간의 경과를 표현하는 일본인 조각가 아오노 타다시(Aono Tadashi, 60)를 만났다.

타다시 작가는 3일부터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는데, 개막 하루 전날인 지난 2일 그를 갤러리에서 만났다.

그의 작품들이 전시된 재동갤러리는 서울에서도 예술가들이 모여있는 북촌 한복판에, 헌법재판소를 마주하고 있다.

북촌의 상징성 때문일까. 일본인 조각가 타다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더 궁금해졌다.

그는 이번 전시회 주제를 '불완전한 금속'이라고 소개했다. 완벽한 것도 아름답지만 완전하지 않은, 없어져가는 것도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화병을 표현한 아오노 타다시 작가의 작품. 

전시 준비가 한창이었지만 갤러리에 드문드문 놓여져 있는 그의 작품들을 둘러봤다. 아기자기한 화분, 무거워 보이는 십자가, 부처상 등 타다시 작가의 작품은 모두 철로 만들어져 있었다. 작품의 소재를 철로 고집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타다시 작가는 "철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다른 느낌을 준다. 시간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고, 느껴지게 해준다"고 말했다.

지난 1980년 도쿄 조형대학교를 졸업하고, 조각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철을 놓은 적 없다는 타다시 씨는 철의 녹슬고, 부식되는 성질이 본인이 추구하는 작품세계와 잘 맞는다고 했다.

그는 "철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무수히 많다. 소재이지만 철을 보면서도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타다시 작가는 지인의 추천으로 이번 전시회를 위한 한국행을 결심한 뒤 1년 정도 작품을 준비해왔다고 했다. 전시회 구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새롭게 만든 작품도 있고, 만들어놨던 작품을 가져오기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전시회 준비과정에 대해 "작품의 특성상 종이처럼 얇아지거나 부식되어 약한 충격에도 부서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작품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포장했다"며 "모든 작품을 무사히 가져올 수 있었지만 일본에서 한국까지 가져오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엔틱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강민우 회장은 "일본에서 열린 타다시 작가의 개인전을 우연히 관람하게 됐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철이 부식되는 성질을 시간의 흐름에 빗대어 표현해낸 부분에 감명을 받아 한국 전시회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철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타다시 작가. (사진=아오노 타다시 제공)

타다시 작가의 한국 방문은 30년만이다. 지난 1985년 서울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 조각가, 일본 조각가의 교류전에도 참여했단다.

타다시 작가는 "그때 한국에서 처음 작품을 선보였고, 당시 철을 이어 코끼리를 표현했었다"면서 "이번 전시회를 통해 30년 전 함께 예술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던 조각가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의 전시회에 예술세계를 모두 보여줄 수는 없지만 없어져가는 것, 잊히는 것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타다시 작가는 "저의 작품을 좋아하는 한국인 팬이 생겨난다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작품활동을 하고 싶고, 한국 조각가들과도 교류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조각가 아오노 타다시 작가의 전시회는 오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헌번재판소 맞은편에 위치한 재동갤러리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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