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의학물리인증위원회(IMPCB) 콜린 오튼(Colin G. Orton) 회장

국제의학물리인증위원회(IMPCB) 콜린 오튼(Colin G. Orton) 회장. (사진=최문수 기자)

국내 의학물리전문인의 수준을 세계적인 기준(global standard)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각국의 의학물리전문가들이 한국에 모였다.

지난 3일 방사선종양학회, 의학물리학회, 핵의학회를 주축으로 결성된 대한의학물리전문인 자격인증위원회(KMPCB)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IMPCB(국제의학물리인증위원회) 인준식을 갖고 최은경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를 KMPCB 초대 회장으로 위촉했다.

국제의학물리인증위원회(IMPCB) 콜린 오튼(Colin G. Orton) 회장(미국 웨인대학 의학물리학 명예교수)은 한국의 최첨단 방사선 의료기기를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이를 제대로 사용할 인력이 없다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에 불과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국제연합(UN) 총회의 국제원자력인증기구(IAEA) 산하 IMPCB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의학물리전문인을 평가하고 자격을 인증해준다.

콜린 오튼 회장은 "한국의학물리학회는 25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자체적으로 의학물리전문인 자격 제도를 만들어 자격증을 발행해왔다"며 "그동안 학회가 해왔던 의학물리전문인 자격시험을 IMPCB 인준을 통해 국제 수준으로 끌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물리전문인은 감마나이프, 사이버나이프 등 방사선 기기를 통한 치료계획을 관리 감독하며 기계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전문 인력으로 의사들의 종양치료계획에 함께 참여한다.

IMPCB 레이먼드 우(Raymond Wu) 사무총장. (사진=최문수 기자)

IMPCB 레이먼드 우(Raymond Wu) 사무총장(미국 애리조나대학 암센터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미국과 유럽은 이미 의학물리전문인에 대한 제도가 잘 갖춰졌다"며 "국제의학물리학회(IOMP) 차원에서 경험은 많지만 제도화가 안 된 아시아나 오세아니아 등의 국가들을 상대로 의학물리전문인 제도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IMPCB의 첫 번째 인준국으로, 내년에는 홍콩에서 두 번째 인준을 준비하고 있으며 호주 또한 인준을 받기 위한 준비 중이다.

IMPCB 김시용 위원(미국 버지니아 코먼웰스대학교(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미국이나 유럽을 제외하면 한국은 의학물리에 대한 위상이 높은 편에 속한다"며 "그 동안 한국의학물리학회가 잘 해온 면도 많지만 정부나 의료계의 신뢰를 받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IMPCB 인준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KMPCB 자격시험은 총 3개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과정으로 일반방사선물리학과 임상과목에 대한 영문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두 번째 과정으로 전문물리분야에 대한 필기시험이 이뤄진다.

전문물리분야 필기시험은 방사선치료의학물리와 핵의학물리로 나눠지며, 박사학위 후 임상격력 2년 또는 석사학위 후 임상경력 5년 이상인 사람에게만 응시 자격이 부여된다. 해당 시험을 합격하면 마지막으로 구술시험이 진행된다.

이번 시험은 통해 국내 첫 KMPCB 자격을 취득하게 된 건국대학교 방사선종양학과 이정우 교수는 "한국의학물리학회는 10년 전부터 IMPCB 인준을 추진해 왔다"며 "올해는 방사선치료의학물리 분야에서만 첫 시험이 시행됐으며 15명이 지원해 8명이 최종 합격했다"고 설명했다.

IMPCB 김시용 위원. (사진=최문수 기자)

이들은 방사선 의료기술의 빠른 발전에 따라 치료를 받는 환자의 안전 또한 중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반면 이를 관리하고 사용하는 의학물리전문인 양성에 대해서는 관심은 저조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레이먼드 우 사무총장은 "환자를 진료할 때 의사들은 처방과 치료방법을 담당한다면 의학물리사가 방사선에 대한 조언을 한다"며 "이는 의사의 파트가 아니다. 방사선 의료에 대해 전문 지식을 갖춘 의학물리학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김시용 위원은 "적은 양이라도 방사선에 계속 노출되면 누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미국에서는 이를 관리하기 위해 방사선과에 의학물리학자가 고용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사선 진단 기기를 사용해 좋은 영상을 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방사선량에 노출되야 한다. 이를 위해 의학물리학자가 필요한 것"이라며 "영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계속해서 찍을 경우 위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PCB 관계자들은 '치료' 방사선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바로 위해하기 때문에 중요성이 부각되는 편이지만 '진단' 방사선 분야는 바로 위해성이 드러나지 않아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IMPCB는 진단방사선 분야에 대한 전문자격증을 5년 내에 도입할 것을 KMPCB에 권고한 상태다.

레이먼드 우 사무총장은 "다른 기술도 마찬가지지만 의료기술은 특히 빠른 발전을 이루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계속 나오지만 사람이 이를 습득하고 사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뒤쳐진다"며 "기술 발전에 맞춰 의학물리전문인도 보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무적으로 1년에 15시간 이상 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엄격한 자격 인증 관리로 한국의 의학물리전문인 위상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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