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헬스】박길홍 주필 =  삼성은 사내유보금으로 국민에게 사죄하고 희망을 주어야 한다. 이는 삼성이 사회적 책임감이 있는 기업임을 증명하며 자신에게도 희망을 주는 것이다. 삼성의 초일류기업으로서의 세계적인 브랜드 이미지는 현재 많이 손상되었다.

현재의 메르스 사태는 대한민국의 위상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전파력이 약한 메르스(MERS)가 ‘사람 간 전염’으로 전국적으로 단 기간에 전파된 나라는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초기 메르스 확산속도는 메르스 진원지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추월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부의 후진적인 질병·안전관리 수준으로 인하여 세계 정상급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의술의 수준도 날개 없이 동반 추락 중이다. 또한 내수침체 심화와 수출 악영향으로 경제위기가 가시화되었다.

메르스가 지금처럼 창궐한 것은 1차적으로 정부의 부실한 방역대책 때문이다. 첫 환자 확진 후 진료병원과 환자 행적을 공개하지 않아서 내원환자와 의료진들이 환자와 무방비 상태로 접촉하게 되었고, 더욱이 환자와 격리관찰자를 엄격히 격리하지 않고 사람들과 밀접하게 접촉하거나 병실·가정·승용차 등 좁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을 방치하였다.

이는 미국질병관리본부(CDC)와 세계보건기구(WHO)의 메르스 방역 가이드라인의 가장 핵심적이고도 기본적인 대책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환자의 땀, 침, 소변, 구토, 설사에 의한 접촉감염 및 호흡기 분비물에 의한 공기전염 가능성을 애써 부정하거나 경시함으로써 역학 추적조사에서 허점을 드러내며 관리망 밖에서 환자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확산을 조장하였다.

1차적인 책임이 정부의 무능에 있다면 2차적인 책임은 삼성서울병원에 있다. 국내 최고병원이라면 선도적으로 스스로 방역대책과 개인예방조치의 역량을 갖추고 모범을 보였어야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정부의 전국적인 병원 평가에서 감염병을 비롯한 전 분야에서 매년 최고 점수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 1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 총 182명 중 삼성서울병원에서 직·간접적으로 전염된 환자가 절반을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서울병원은 정부의 방역대책에서 매우 예외적인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메르스 발생 초기 삼성서울병원 역학조사는 다른 병원들과는 달리 정부가 아니라 삼성서울병원 주도로 실시되었다. 즉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의 자체적인 역학조사 자료를 받아서 분석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자청하였다.

삼성서울병원발 환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6월 15일에서야 비로소 정부는 ‘즉각대응팀’을 가동하여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를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 역시 다른 병원들과는 달리, 부실한 역학조사로 환자 추적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도 삼성서울병원이 제공한 정보에 의존하며 공개적인 조사와 발표는 피하였다.

‘특별대우’를 받은 만큼 책임도 무거운 것이다. 따라서 삼성은 정부와 함께 피해자와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사태는 현재 국민경제에 국가 재난에 상당하는 심각한 충격과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환자와 격리자, 그리고 서민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생계가 위태롭다. 국민들의 외출·외식 자제로 내수침체가 악화되며 이미 공급과잉과 불황으로 수익구조가 열악한 요식업, 서비스업 등 서민 생계형 3차산업이 줄줄이 폐업의 위기에 몰려 있다.

또한, 이미 해외관광객은 물론이고 의료관광객도 반 이하로 격감하였다. 그 결과 관련산업인 관광, 숙박요식업, 쇼핑, 외국인 투자, 문화산업, 의료산업 등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환자 특수를 예상하고 막대한 시설 투자를 한 특히 강남 지역 병·의원들의 경영난이 가시화되었다.

메르스 환자 방문 병·의원은 모두 폐쇄되었다. 뿐만 아니라 메르스 사태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국민들이 병원에 가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므로 모든 의료기관에 전반적으로 환자가 감소할 것이다. 작년 세월호로 경험한 경제침체를 상회하는 전방위적인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금리인하와 더불어 메르스 피해자와 병·의원에 지원금을 나눠주고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보상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는 국민 세금이다. 기존의 경제 불황으로 세수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돈이다.

어려운 서민들 세금으로 어려운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셈이다. 따라서 메르스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에 절반의 책임이 있는 삼성이 자신의 과실이 있는 부분은 자신이 재정적 부담을 책임져야 한다.

삼성서울병원이 소속된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인 삼성의 실질적 소유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월 23일 국민에게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확산에 대하여 머리 숙여 사과하였다. 그는 이어 "메르스 환자분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고 병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개선에 나서겠다"고 다짐하였다.

그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면 사내유보금으로 국민에게 사죄하고 책임져야 한다.

삼성의 영업이익과 자본이익 중 상여(인센티브)나 배당 등을 제외하고 현금과 유가증권, 기계설비 등의 형태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인 사내유보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올해 20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투자와 상여금, 그리고 배당 등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피해자와 국민경제 그리고 국가 위상에 끼친 손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삼성서울병원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메르스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

사망자 2억원, 환자 500만원, 자가격리자에게 200만원씩을 주어도 수백억 원이면 된다. 사내유보금에 비하면 푼돈이다. 사회적 책임을 소중히 생각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는 돈으로 살 수 없는 훨씬 값비싸고 귀중한 기업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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