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영 한방부인과 전문의/미래솔한의원 원장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면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고 피지 분비가 늘어나 얼굴이 번들거리기 쉽다. 선천적으로 피지 분비가 많으면 지성 피부 타입으로 여드름이나 비듬이 잘 생기고, 피지 분비가 적으면 건성 피부 타입으로 표피의 수분이 쉽게 증발하여 피부가 건조하면서 광택이 없어진다.

피지샘은 액체 상태의 지방인 ‘피지’를 만들어내는 분비샘으로 손바닥과 발바닥을 제외한 몸 전체에 존재하며, 특히 얼굴, 등, 가슴 부위에 피지샘의 분포가 많아 털-피지샘단위의 만성 염증 질환인 여드름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여드름은 피지가 과잉 분비되어 모공을 막고 아크네균(Propionibacterium acnes)과 같이 피지 성분을 먹고 사는 박테리아가 증식하여 염증을 유발하면 발생하게 된다.

더운 날씨는 피지샘을 자극하여 피지가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피부가 번들거리면서 모공이 늘어나고, 기온과 함께 습도까지 높은 날에는 각질층에서 수분을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두꺼워진 각질층은 이미 각질과 피지가 들어찬 모공 입구를 막아 여드름이 더욱 쉽게 올라온다.

여름도 되기 전에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얼굴에 피어나는 여드름이 평소보다 많아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이마에서 코로 이어지는 티 존(T-Zone)이 번들거리면 자연스럽게 피지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피지는 우리의 봄과 여름철을 힘들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부를 보호하고 체온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지는 서로 혼합되지 않는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있도록 표면활성물질(유화제)로 작용하여 땀샘에서 분비되는 땀과 섞여 천연 크림과 같은 피지막을 형성한다. 유분과 수분이 결합한 피지막은 피부의 각질층과 모발의 표면을 코팅하여 피부와 모발을 윤택하게 하는 동시에 수분 증발을 억제하여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피부를 촉촉하고 매끄럽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피지막은 피부의 산성도(pH)를 4.5~6.2 사이로 유지하여 대체로 알칼리성인 박테리아, 바이러스 및 피부를 투과하는 다른 잠재적인 유해 물질을 중화하는 데 기여한다. 이처럼 피지샘에서 분비되는 피지를 통해 피부는 적당한 유수분 균형을 유지하여 피부 장벽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정상적인 피지 분비는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피지샘의 비정상적인 활동은 염증과 늘어진 모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특히 피지 분비가 많은 계절에는 꼼꼼한 세안을 통해 모공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몸속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기름진 음식이나 당분이 많은 음식은 줄이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이 함유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위주로 섭취하여 과도한 피지 분비로 번들거리는 광이 아닌 촉촉하면서 빛나는 ‘물광’ 피부가 될 수 있도록 가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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