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태 박사 yt5366@hanmail.net
17일 밤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붕괴되어 신입생 환영행사를 하던 새내기 대학생 9명과 이벤트사 직원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필자는 중앙119구조본부 신속대응팀장으로 붕괴현장의 구조작업에 참여하여 생생한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진입 도로 결빙으로 차량이 정체되어 가까스로 현장에 도착하자, 많은 학생들이 울부짖으며 대피하는 모습과 구조대원들의 손을 이끌고 현장으로 안내하며 친구들을 살려달라는 외침이 아직도 생생하다.

강당 지붕은 철제 구조물이 휘어진 채 가운데가 푹 꺼져 내려앉았고, 눈에 짓눌린 샌드위치 패널이 널부러진 현장은 폭격을 맞은 전쟁터의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중경상을 입은 100여 명이 죽음의 공포를 느꼈으며, 더 많은 학생들이 끔찍한 현장을 경험하고 목격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고를 겪고 난 후 극심한 공포와 무력감, 두려움 등의 감정이 나타나는 것을 외상경험(traumatic experience)이라 한다.

외상경험이 심리적으로 심각하게 진행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전이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후 악몽을 꾸거나 사건과 관련된 자극들을 회피하게 되고 우울증, 수면장애, 공황장애, 폐쇄공포증 등의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아동기나 성인기에 비해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으로 더 많이 표현되기도 하며, 자기 파괴적 행동, 대인공포증, 섭식 장애, 우울증상, 낮은 자존감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2007년 서울 노원구 초등학교 소방훈련 중 고가 굴절차에서 학부모의 추락 사고를 목격한 학생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징후를 보이며 집단 결석을 하고 심리 상담을 받았으며, 씨랜드 화재와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 피해 유가족 다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6개월 혹은 1년이 지난 후에도 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10여 년이 지난 후에도 유사한 상황을 목격하거나 잠재적 기억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발전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소방공무원은 신체적, 심리적 외상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각 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사망사고를 목격한 소방관은 3일 이내에 정신과 상담을 실시하고, 일본은 참사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처참한 현장에 다녀온 소방관은 즉시 의무적인 검사와 심리치료 혹은 상담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각종 재난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은 재난경험자에게 정신적·심리적충격을 완화하고 후유증을 예방하며, 정상적인 일상생활사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전문 심리상담을 실시하고, 필요시 전문병원에 의뢰함으로써 사회병리현상을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재난심리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 500여 명의 학생들이 죽음의 공포를 경험하고 목격했다. 안전불감증은 세월이 흐르면 그날의 아픈 상처를 잊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새내기 어린 학생들은 넓은 강당과 눈이 쌓인 지붕,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는 사고 뉴스를 보며 그날의 악몽에 괴로워 할 것이다.

사고현장의 수습과 사후대책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우리 학생들이 하루빨리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새내기 학생들이 악몽을 떨쳐내고 건강한 마음을 되찾도록 심리검사와 상담, 치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고의 수습은 우리 학생들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는 것에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 한다.

◇필자 : 유의태(劉義泰)
◇학력 : 동국대학교 대학원 생사의례학 석사
동방대학원대학교 교육학박사(소방 방재 IT전공)
◇논문 : 자살 보도와 자살율 변화의 상관관계 연구
소방공무원 심리상태 분석 및 YET 심리상담 시스템(박사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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