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방대학원대학교 장례지도과 전임교수 유재철 박사. 임나영 기자 iny16@newsin.co.kr

'사기'를 완성한 사마천은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하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했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는 목숨이 없듯 소중하지 않는 죽음 역시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개인의 삶이 개인과 가족을 넘어 사회, 국가, 인류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의 경우에 그 죽음의 무게는 결코 가벼울 수 없을 것이다.

2011년 개정된 국가장법에 의해 이후 전․현직 대통령, 대통령 당선인,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사망하면 국가장으로 집행된다. 국가장은 드물게 발생하지만 일반 가족장에 비해 복잡하고 상세한 업무이므로 사전에 미리 계획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장은 시행규칙이나 매뉴얼의 부재로 인하여 관례에 따라 편의적으로 진행되어 국가 행사로서의 통일성을 찾아보기 어려웠음을 이미 밝힌 바 있다.

현재 안전행정부에서 이전 국장․국민장으로 구분되어 진행되었던 사례들의 매뉴얼을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의례적 측면에서 준거를 제시할 목적으로 규정한 ‘건전가정의례준칙’도 있다.

그러나 기존 사례의 매뉴얼은 사후 기록형태이며, '건전가정의례준칙'은 가족장에서조차 이에 따르지 않을 만큼 그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지금이 통일성있고 체계적인 국가장을 집행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며, 무엇보다도 국가장 매뉴얼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이에 필자는 국가장 매뉴얼을 작성하기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매뉴얼을 통해 국가적 행사로서 손색이 없도록 국가장의 실무 절차 및 내용을 제시하고, 국가장의 의미와 위상에 걸맞은 의례에 대한 세부 내용을 규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장을 통하여 국민적 통합을 도모하고, 우리 고유의 죽음문화를 표출할 수 있는 상징적 행사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사례들에서 드러난 법적인 오류를 시정하고, 편의적인 진행으로 비롯된 차이를 규명하여 의례의 준거를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약식의례로 진행되는 영결식을 정식의례로 바로잡고, 안장식에서 국기법에 따라 국기를 처리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그리고 문헌적 고찰을 통해 국가장의 장의 명칭, 명정 작성의 기준을 제시하고 관련 용어의 오류를 시정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상주 표식(베상장 또는 완장), 영정 리본, 상복, 근조 꽃리본 등 의례적 측면에서 관례로 진행되었던 것들의 유래를 밝히고, 우리 상례 문화의 전통을 계승 발전할 수 있도록 그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국가장 매뉴얼 완비를 통해 상징적이고 체계적인 국가장의 집행을 준비할 뿐만 아니라 향후 현대 사회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단체장의 전범(典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가장을 통해 의례의 준거를 제시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의례준칙들이 왜곡하거나 간과했던 전통 상례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사단취장(捨短取長)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