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방대학원대학교 장례지도과 전임교수 유재철 박사. 임나영 기자 iny16@newsin.co.kr

'정치가는 죽어서 말한다' 라는 말이 있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살아서 많은 정치적 업적을 이뤄내지만 그 업적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죽은 뒤에 알 수 있다. 어떤 지도자는 산자들의 다양한 방식의 추모를 통해 국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절망에 빠져 있던 프랑스를 선진국으로 이끈 드골 대통령은 '프랑스의 자존심', '위대한 거인'으로 불린다.

그는 생전에 일궈낸 업적뿐만 아니라 죽은 후 남긴 정신적 유산으로 인해 더욱 존경받는 지도자로 평가된다. 그가 남긴 정신적 유산 중 하나가 장례식이다. 서거 20년 전에 자신의 장례에 대한 계획을 유서로 작성했다.

대통령의 지위에 있었으나 퇴임 후 한 시민으로 돌아가므로 그에 맞게 소박하게 가족장을 지내 줄 것을 원했고, 정부는 유언을 존중해 유언대로 집행했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에서 영결식을 가졌으나 대통령과 장관들은 영결식장에 가지 않았고 각자 자신들의 사무실에서 묵념을 올리고 기도했다.

공식적인 장례미사는 같은 시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 등 6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으며, 수많은 시민들이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샹젤리제에서 침묵 행진을 했다.

일반적으로 국가장을 집행한 경우 프랑스의 국립묘지 국가유공자 묘역이나 대통령 묘역에 해당하는 곳인 '판테옹' 에 안장된다.

하지만 드골은 고향 마을인 콜롱베의 공동묘지, 20세에 폐결핵으로 죽은 딸의 묘지 옆에 안장됐고, 평범한 그의 묘비에는 유언대로 '샤를 드골, 1890-1970'이라고만 새겨져 있다.

드골의 집에서부터 기념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검소해 국가예산이 낭비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으며, 묘지를 찾는 추모객은 매일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퇴임 후 재산축적과 비리에 연루되어 법정에 서는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현실을 보면 드골과 같은 지도자를 가진 프랑스의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할 지 짐작이 된다.

기존의 국가장 사례를 살펴보면, 퇴임 후 숙환으로 예견된 죽음의 경우는 고인과 유족은 어느 정도 준비를 할 수 있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집행되지만, 불의의 죽음은 사전 준비가 없으므로 급박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다.

더욱이 국가장 대상자의 죽음 준비와 계획이 표출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미국 국가장의 경우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장례 계획을 수립하고, 퇴임 후에도 계획은 유효하다. 전통적인 장례방식과 장례 의례가 세부 계획 수립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만 구체적이고 상세한 절차는 집행 대상자 본인이나 가족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숙명적인 과제이지만 자신의 죽음을 미리 계획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죽음에 대한 화제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한 우리나라와 같은 실정에는 대통령의 장례 계획을 임기동안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 인식의 전환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결코 가벼운 과제는 아니다.

국가장의 대상자가 서거하면 장례 형태는 국무회의에서 결정하지만 고인과 유족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여 집행한다. 그러므로 국가장의 명백한 대상자인 대통령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계획성과 준비성은 전액 국고 지원으로 이뤄지게 되는 국가장의 비용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리고 일반인의 죽음 준비 교육의 파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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