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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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 민경찬 기자 = 춘분(春分)은 본격적으로 봄이 무르익는 시기다. 

춘분은 멀리 남쪽 하늘로 내려갔던 태양이 북쪽으로 올라오기 시작해 마침내 적도를 넘어서게 되는 날이다. 태양은 북위 23.5도의 ‘북회귀선’을 향해 오르다가 하지(夏至)에 이르러서는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해 적도를 통과하는 추분(秋分)을 지나고 남쪽 끝인 남회귀선에 이르면 동지(冬至)가 되고 한 주기를 마친 태양이 다시 북상하게 되면 또 한 번 새로운 태양의 움직임인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춘분은 24절기의 하나로, 음력 2월, 양력으로는 3월의 절기이다. 

태양 황경이 0도가 되는 때인데 통상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로 여겨지며, 이날 이후부터 하루 중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어진다고 한다. (사실 태양이 점광원(點光源)이라면 모를까 그 크기 때문에 춘분날 낮과 밤 길이가 꼭 같지는 않다. 낮이 한 18분쯤 더 길다.) 

태양이 적도를 지나면 왼쪽 즉, 서쪽에는 음(陰)의 기운이, 오른쪽(동쪽)에는 양(陽)의 기운이 자리하게 되는데 이로써 만물이 싹트고 성장하는 시절이 도래해 농경사회에서는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고려, 조선시대에는 사한제(司寒祭)를 지냈다. 여름에 쓸 얼음을 내기 전에 겨울을 관할하는 신인 '현명씨'(玄冥氏)에게 제사를 지냈다고도 한다. 또 고려 때는 관리들에게 이날을 일 년의 첫날로 간주하여 하루 휴가를 주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춘분, 추분에 가장 가까운 무일(戊日)을 사일(社日)이라 하여 봄에는 토지신에게 그해의 풍작을 빌고 가을에는 추수를 감사하는 제사를 지냈는데 ‘춘계황령제’, ‘추계황령제’가 그것이다. 

이란에서는 춘분을 ‘노루즈(Nowruz)’라 해서 한 해가 시작하는 새해 명절이 되며 많은 나라가 국제 ‘노루즈의 날’이라 하여 연중 제일가는 축제가 이루어진다. 

춘분은 대부분의 고대문화에서 날짜의 기준이 되며 이집트 및 켈트의 드루이드 문화도 이를 기념하며, 기독교의 부활절도 춘분 축제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부활절의 기준이 된 유대인의 '파스카'(유월절)는 원래 춘분 축제에 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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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을 영어로 ‘Vernal Equinox’ 혹은 ‘Spring Equinox’라고 하는데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서는 계절 대신 월명을 붙여서 사용하기도 한다. 북반구의 춘분은 남반구에서는 추분이 되므로 'March Equinox'라고 하고 추분은 'September Equinox'라고 하는 식이다. 

농사 점도 행해졌다. 이날 하늘의 구름 형태(운기: 雲氣)를 보고 청(靑)색이면 충해(蟲害)를 예측했고, 적(赤)색이면 한발(旱魃)을, 흑(黑)색이면 수해(水害), 황(黃)색이면 풍년(豊年)이 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바람의 방향도 동원되었는데 동풍이면 보릿값이 내려서 보리 풍년, 서풍이면 보리가 귀해져서 흉년이 들며, 남풍이 불면 오월 전 물이 귀해져서 오월 이후에는 가물고, 북풍이 불면 쌀이 귀해져 가을 농사의 흉년을 예측하였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구름이 황색을 띠고 동풍이 불면 일 년 농사가 풍년 든다는 것이 된다. 

춘분 시절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춘분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고 또 ’2월(음력)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라는 속담도 있다. 아직 겨울의 추위가 남아 소슬히 바람이 불어 ’잎샘추위‘가 오기 때문이다. 나무에 잎이 돋는 시절이라 잎샘추위라는 것이고 풍신(風神)이 샘을 내서 오는 추위인데 ’꽃샘추위‘를 잇는 것이었다. 이 꽃샘과 그를 잇는 잎샘추위 뒤에 만나는 보드랍고 화창한 봄바람을 '명지바람'이라고 한다.

춘분에는 봄보리를 춘경하고 경칩에 이어 흙일하는 담 고치기도 이뤄진다. 또 봄나물이라 하여 들나물을 캐어 먹고 나이 수대로 송편처럼 생긴 ‘나이떡’, ‘머슴 떡’을 먹기도 했다. 또 콩을 볶았는데 콩을 볶으면 콩 튀는 소리에 놀란 쥐와 새가 사라져 곡식을 안 먹게 된다고 믿었다고 한다. 또 봄기운이 완연해 지면 삼짇날에 제비가 남쪽에서 돌아온다고 했는데 삼짇날은 음력 3월3일이므로 올해는 양력으로 4월11일, 그러니까 국회의원 선거 다음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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