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선고공판 기자회견 한 참석자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오른쪽) 씨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2024.01.11.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선고공판 기자회견 한 참석자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오른쪽) 씨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2024.01.11.

[뉴스인] 이현우 기자 =인체 유해 원료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해 영유아 등에게 인명 피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대표 등 관계자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11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금고 4년 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관계사 직원들은 금고 2~3년을 선고받았으나 이 중 2명의 피고인에 대해서는 금고 2년~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금고는 수형자를 형무소에 구치하지만, 징역 같은 강제 노동은 집행하지 않는 처벌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맡은 업무에 따라 제품 출시 전 안전성 검사를 수행했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제품출시 후 요구되는 관찰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그 피해를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폐질환 또는 천식으로 큰 고통을 겪었고, 상당수의 피해자들은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피해를 입는 등 그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거듭 호소하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고 있다"며 "피해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가적·사회적 비용이 소요됐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나아가 "이 사건으로 긴 시간 동안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많은 정신적 고통을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런 고통은 이 사건으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형사재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책임은 기소된 공소사실의 범위 내에서 객관적으로 귀속되는 범위로 제한된다"며 '가습기 메이트' 단독사용자와 타제품 복합사용자를 구분해 형을 정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선고 직전까지 법리부터 양형까지 치열한 고민이 있었고 주의의무 위반 과실은 굉장히 무겁게 봤다"며 "개별 피해 사례를 읽으며 감정적으로 힘든 것도 많이 겪었다"고 덧붙였다.

선고를 마친 뒤 피해자 일부는 울음을 터뜨렸고, 더 중한 형을 선고하지 않았다며 재판부를 향해 불만을 제기하는 방청객도 있었다.

안 전 대표는 재판을 마치고 나와 "금고형 선고받았는데 한 말씀 해달라", "상고할 것인지",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SK케미칼 측은 이번 건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러운 심경이라면서도 재판 과정에서 일부 쟁점들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법적 절차와는 별개로 피해자분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홍 전 대표는 2002~2011년 동안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가습기살균제 원액을 제조·제공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02년 SK케미칼이 애경산업과 '홈 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대표이사였다.

또 안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CMIT·MIT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사용한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유통·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대표는 1995년 7월~2017년 7월까지 애경산업 대표로 근무했다.

2021년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은 피고인들이 판매한 제품과 피해자들의 상해·사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두 사람 등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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