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기준금리 3.5% 유지할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7월 금융통화위원회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07.13 / 사진=[공동사진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7월 금융통화위원회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07.13 / 사진=[공동사진취재단]

[뉴스인] 이승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연내 금리 인하는 어렵다"며 연말까지 기준금리 3.50% 유지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제주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주최 제46회 제주포럼 정책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금리를 이제 인하할 때 아니냐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실망스러운 뉴스가 될 수도 있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지금 우리의 물가안정 목표가 2% 정도 되는데 이 상태에서 금리를 낮추고, 그러다 다시 올라가버리면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하게 되고, 통화정책이 왔다갔다 하면 거시정책 틀이 흔들린다"고 우려했다. 

금리 인하가 어려운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이 총재는 "하나는 기술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내려갈거냐 확신이 없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두 번째는 미국이 금리를 두 번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내리면 사실 격차가 훨씬 커져서 외환시장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가계부채' 문제를 꼽았다. 그는 "기준금리를 3.5%로 했더니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었다"며 "단기적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가계부채가 크는 양을 보면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금리 인하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총재는 "당분간 (금리를) 내린다고 얘기하기에는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내릴 것을 크게 기대하지 말라"며 "연말까지 상황을 보고 우리가 금리를 조정하면서 거시적으로 보겠다, 그런 상황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결국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거시 통화정책은 한국은행이 할 수 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잡는 것은 산업 당사자들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우리가 고령화 저출산 걱정을 많이 하는데, 어떤 구조조정을 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 안 바뀌고 있어 안타깝다"며 "앞으론 구조조정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한국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과 같은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밝혔다.

그는 "일본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반드시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화 스피드가 일본보다 빠르다. 굉장히 걱정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1970~1990년대 버블이 꺼지기 전까지 경상수지 흑자를 큰 폭으로 가져서 그때 해외 투자를 많이 했다"며 "지금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았다고 하지만 그건 벌어들이는 소득이고, 갖고 있는 재산을 보면 일본이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잘 사는 노인'이고, 한국은 '돈이 없는 노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단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보다 젊은 사람들이 '다이나믹'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었다. 그는 "우리 젊은 층이 훨씬 다이나믹하고, K팝 등을 생각해봐도 새로운 동력이라는 점에서 우리 젊은 사람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요즘 일본 경제는 좋아진 게 맞다. 20년 동안 개혁을 많이 해서 좋아진 상황"이라며 "우리도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불황 장기화 속 현재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속도가 문제지만 반등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행 공식 입장은 5월 전망 기준으로 1.4% 성장이고 내년에는 2.5% 예상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성장률이 높은데 중국 경제가 불확실해 상쇄되어서 5월에 유지했던 1.4%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기대하는 것은, 우리가 단기적으로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데, 반도체 가격이 더이상 내려갈 것 같지는 않은데 이게 얼마나 빨리 올라갈 거냐에 따라 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