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찬씨.
최인찬씨.

[뉴스인] 조진성 기자 = 제주 가파도에서 바다에 추락한 아이를 구하고 홀연히 사라진 의인들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정고등학교 27회 졸업생이자 가파도 주민인 최인찬씨(63)와 이용건씨(63)다.

이들은 지난 4일 오전 11시께 가파리 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회포를 풀던 참이었다.

이용건씨.
이용건씨.

이야기가 한창 오가던 와중 이씨는 약 200m 떨어진 포구에서 자전거 속도를 이기지 못해 3m 밑 바다로 추락하는 아이의 모습을 목격했다.

이씨는 “빨리 가자. 아이가 바다에 떨어졌다”며 최씨에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최씨는 영문도 모른 채 오토바이를 끌어 아이가 빠졌다는 포구로 향했다.

정말 바다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밧줄에 간신히 매달려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 즉시 최씨는 바다에 뛰어들었고 “삼촌이 구해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겁에 질린 아이를 물 밖으로 끌어 올렸다.

천만다행으로 아이는 큰 부상 없이 구조될 수 있었다.

이후 물 밖에 나온 최씨는 또다시 바다에 뛰어들어 아이의 신발 한 짝을 찾아주기도 했다.

뒤이어 차를 몰고 포구에 도착한 이씨는 몸을 덜덜 떨며 입술이 파랗게 변한 아이를 달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아이의 부모가 달려와 아이를 껴안아 울었다.

이들의 미담은 지난 4일 한 온라인 카페에 게시된 글을 통해 알려졌다.

그날 저녁 아이의 부모가 “가파도에서 아이 목숨 구해주신 분을 찾고 싶다”며 글을 올린 것이다.

아이의 부모는 “바다에서 구해진 아이를 붙잡고 울고 있었는데 구해주신 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홀딱 젖은 아이의 여벌 옷도 가져다주시고 주소를 알려달라고 말씀드리니 괜찮다고 하셨다. 정신 차려보니 다들 가셨다”고 했다.

수소문 끝에 아이의 부모는 6일 오전 최씨와 연락이 닿았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최씨는 “바다에 빠진 아이를 보자마자 당장 뛰어들어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그런 위급한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뛰어들었을 것이다. 아이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특히 최씨는 심근경색으로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현재까지 심장병을 앓고 있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주저하지 않고 아이를 구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가 구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씨도 “아이가 추락하며 배에 부딪혔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이 없어 천만다행으로 생각했다. 아이가 건강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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