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은미 작가]
사진=[이은미 작가]

차 없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가 없는 곳
걸어다니면 위험하다고들 하는 이 곳
버지니아 어닉스드라이브 1554번지
산책을 좋아하는 한국여자에게
이 곳은 그야말로 때깔좋은 감옥입니다

제비가 서너번오고도 남을 늦은 춘삼월에도
찬 눈바람이 마당 가득 불어대는 곳
버지니아 어닉스드라이브 1554번지
꽃구경을 즐겨하는 한국여자에게
이곳은 두말없는 시베리아 감옥입니다

그런데도 전화 속 친구들은 그러네요
복에 겨워 앙탈질이라고
시도 없이 동쪽 하늘길로 눈길이 가고
파닥대는 참새 날개짓마저 부러운데
고향소식 전해주는 친구들은 그럽니다
복에 겨워 앙탈질이라고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은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국어과 재학 중 ‘보길도의 5월’, ‘가장 확실한 사랑’ 등으로 월간 시문학 잡지를 통해 추천 등단했다. ‘내항’과 ‘합류’에서 동인활동,대우 ‘삶과 꿈’ 잡지 편집팀에서 근무, KBS에서 휴먼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첫시집 ‘후박새 날던 저녁’과 동인지 ‘화요일 들녘에서 그리움을 맹세하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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