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진 피아니스트와 코리안 나잇

[뉴스인] 김효헌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 축제인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었다가 올해에는 75주년을 맞아 58개국 3,171개 공연팀이 8월 3일부터 8월 28일까지 공연을 펼친다.

이 성대한 축제 가운데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가 런던 심포니 협연으로 8월 4일 공연을 한다는 것을 한국문화원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에든버러에서 관람하기 어려운 공연인지라 지인들에게 꼭 보라고 홍보했다. 그리고 필자도 S석 티켓을 구입해서 공연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한국문화원에서 조성진 공연 후에 리셉션 장소에 초대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다음 날 8월 5일에 있을 ‘코리안 나잇’에도 초대했다. 그동안 ‘김효헌의 스코틀랜드 이야기’를 쓰기는 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 있는 일이라 기대가 컸다. 그래서 필자는 지인들에게 조성진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자랑을 하며 공연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공연이 있는 날 많은 한국 사람들이 조성진의 공연을 보러 어셔홀 공연장에 모였다. 필자도 조성진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장 안에는 에든버러에 사는 한인들은 다 모인 것으로 보였다. 서로 반가이 인사를 하고 지정석을 찾아 앉아서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고 자랑스러운 조성진 씨가 등장했다. 왠지 모를 벅찬 감격이 밀려왔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그것도 피아노라는 서양악기를 그들보다 더 잘 연주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는 그런 감격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조성진 씨의 피아노 연주가 끝이 나고 중간에 쉬는 시간인 인터미션에 무대 중앙에 있는 피아노를 무대에서 빼는 것이었다. 2부가 시작되었고 조성진씨의 피아노 연주는 더 이상 없었고 런던 심포니의 연주만 이어졌다. 오늘 이 공연을 보러 온 주된 이유는 한국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씨를 만나기 위한 것인데 혹시나 조성진 씨가 자리를 떠나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그렇지 않을 거라 스스로 위로하면서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공연이 끝나기가 무섭게 리셉션 장소로 갔다. 리셉션 장소에는 우리가 가장 먼저 온 사람이었다. 운영진에게 혹시 조성진 씨가 안에 있냐고 물어보니 안타깝게도 먼저 가셨다고 했다. 필자가 리셉션 장소에 온 것은 오로지 조성진씨를 직접 만나는 것이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왔으니 명함이라도 돌리면서 인사를 나눠야지 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먼저 문화원장님과 인사를 하고 뉴스인을 소개했다. 다행히 잘 안다고 하셨다. 그리고 대사님은 안 보이셔서 물어보니 지금 영국 대사관은 공석이고 영사님이 대신 업무를 보고 계신다고 하시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국방무관님, 한국관광공사 사장님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필자는 국가와 국가 간에는 대사관만 있는 줄 알았는데 대사뿐 아니라 한국문화원, 국방부, 교육부, 한국관광공사, 등 다양한 부서 들이 함께 관여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전쟁에 참여한 영국군 참전용사도 만나게 되었다. 지난번에 만난 참전용사를 이곳에서 만나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렇게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나라를 위해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어 뉴스인으로서 감사한 하루였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코리아 나잇’이라는 행사에 참여했다. 이 행사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한 한국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로 여러 단체와 공연 관계자가 초대되었다.

 

한국문화원장님의 인삿말로 시작한 행사는 프린지 페스티벌에 초청된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다들 한 손에는 와인을 다른 손에는 핑거 푸드로 나온 삼겹살을 먹으면서 공연 소개를 감상하는 것이 몹시 흥미로웠다. 어떤 프로그램은 미리 준비된 영상으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어떤 프로그램들은 직접 배우나 연주자가 나와 공연을 알리기도 했다. 한 시간 분량의 공연을 약 5-10분 정도로 압축해 맛보기 공연을 하며 관심을 끄는 것이었다. 그 중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Mary, Chris, Mars>라는 이름의 연극이었다.

이미 주최측에서 나누어 준 안내 책자에서 그 이름을 보았지만 어떤 공연인지는 알 수 없어서 아리송하였는데 배우들이 직접 짧은 공연으로 선보여주자 큰 관심이 생겼다. 이 공연에서는 손동작으로 이야기 속 인물들의 동작을 표현하는데 그 점이 참 재미있어 보였다. 이후 출연진에게 이 공연을 꼭 보고 싶다고 다짐까지 할 정도였다. 또한 코리아 나잇 행사에는 우리 전통 악기로 팝송이나 K-pop등을 연주하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모두 푹 빠져서 그들의 짧지만 멋진 공연을 관람했다.

동시에 행사장의 다른 한쪽에서는 종이 부채에 아름다운 우리 꽃을 그리고 캘리그라피로 한글 이름을 써주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관심을 보이는 행사 관계자들과 손님들이 끊임이 없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는 구경밖에는 할 수 없었다.

행사장을 빠져나올 때 보니 다들 런던문화원 측에서 준비한 한국 문화와 관련된 선물과 한국에서 온 7팀의 정보가 담긴 책자를 안고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좋은 공연들에 감동하며 울고 웃는 페스티벌 기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필자도 영국 친구들과 함께 한국 공연을 보며 즐거운 축제 기간을 보낼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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