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홀에서 공연중인 밴드 'Hammering'. (사진=Tern Park, 제공=NO MERCY FEST) 
프리즘홀에서 공연중인 밴드 'Hammering'. (사진=Tern Park, 제공=NO MERCY FEST) 

[뉴스인] 유대형 논설위원 = 갑자기 등장한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예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내가 가지고 있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애쓴다는 것이 굉장히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중문화도 마찬가지로 코로나 이후 원래 가지고 있던 원칙은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사회의 급변에 따라 대중문화 또한 급물살을 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사람들 앞에 '문화의 평등'은 어느 정도 실현된 것으로 보였다. 망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상위 문화로 불리던 것들이 순식간에 사람들과 가까워졌고 '대중문화'라는 칭호를 얻었다. 세계 여러 곳의 대중문화는 교류되고, 섞이고, 각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로부터 영감을 얻고 감동을 받았다. 홍대 또한 그 흐름 속에서 독자적인 문화생태계를 이뤘다. 1990년대부터 라이브공연장이 생기고 밴드들이 자생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홍대 생태계는 코로나 시대 앞에서 존폐의 위기를 맞고 말았다. 관객으로 꽉 찼던 무대는 점점 비어가고 홍대의 라이브 클럽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홍대의 상징으로 불리던 버스킹 공연까지 금지됐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높은 임대료와 권리금으로 위협받은 그들에게 코로나는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것 같다. 주말조차 을씨년스러운 홍대 놀이터 앞에서 그들은 다른 생존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근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뮤지션의 활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대 문화 생태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다른 이들이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더 이상 고집할 수 없듯, 홍대 생태계에 자리 잡은 그들도 예전의 원칙을 고수하며 버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변화가 예술 콘텐츠의 다양화라는 의미보다는 그들의 본래 정체성을 잃은 예술문화의 퇴색으로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노파심이 든다. 온라인으로 편중된 문화의 공개는 다수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노출조차 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공개된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많은 이들의 입맛을 맞추어야 자신을 선보일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관객과의 직접 교류를 전제로 했던 홍대 생태계의 명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동식물의 생태계가 고루 유지돼야 하는 것처럼, 문화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독점과 편중은 왜곡을 낳는다. 언젠가 많은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시기가 왔을 때, 직접 교류하는 홍대 생태계의 불씨가 꺼져 있지 않기를 바란다. 홍대문화는-비록 지역이름이 붙어있긴 하지만-특정 지역의 문화가 아닌 대한민국 문화의 일부분임은 분명하다. 남아 있는 불씨를 원동력으로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적인 방향과 이상을 선보였던 홍대문화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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