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재판 출석 위해 광주행...질문엔 묵묵부답

2021-08-09     장재필 기자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 씨가 9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3번째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21.08.09 / 사진=[뉴시스]

[뉴스인] 장재필 기자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 대통령 전두환(90)씨가 항소심 재판 출석을 위해 다시 광주행에 올랐다. 지난해 11월30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참석한 이후 252일 만이다.

전씨는 9일 오전 8시25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섰다. 손을 흔들며 자택 정문을 나선 전씨는 바로 앞에 기다리고 있던 검은색 대형 세단 뒷자리에 탑승했다. 이날 전씨는 회색 정장 차림에 마스크를 착용했고, 이전과 달리 안경은 쓰지 않았다.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도 함께 뒷자리에 몸을 실었다.

전씨가 나오자 일부 유튜버들이 "언제 사과하실 겁니까"라며 소리를 쳤지만 전씨는 묵묵부답으로 광주행길에 올랐다.

이날 전씨가 이른 시간에 광주행길에 오르고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다수가 모이는 집회·시위가 금지된 만큼 자택 앞은 이전보다는 대체로 한산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경찰관 30여명이 자택 앞에서 대기했고 전씨의 모습을 보려는 취재진 수십명이 모였다.

전씨가 나오기 전인 오전 8시5분께 자택 인근에서 한 중년 여성은 '전두환은 5·18 학살 및 헌정 유린과 국가폭력 만행을 즉각 참회하고 사죄하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여성은 "전두환은 자신의 만행을 역사 앞에 밝히고 엎드려 사죄하라"고 소리쳤다.

지난 1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것을 포함해 이날은 전씨의 4번째 광주행이다. 전씨는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선고기일 등 참석을 위해 총 3차례 광주를 방문했다.
당초 전씨는 이날 재판에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법원에 전달했지만 재판부가 "출석 없이 재판을 받는 것을 허용한 만큼 제재 규정에 따라 증거 신청 제한 등의 불이익을 줄 수 밖에 없다"고 하자 출석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전씨가 앞선 공판에서 2차례 연속 정당한 사유 없이 법정에 나오지 않자 형사소송법 365조 2항(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에 따른 결석재판을 허가했다.

재판부가 결석재판을 허가하되 피고인의 불출석으로 인한 증거 신청 제한 등 불이익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자 전씨 측도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김재근)는 이날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쓰는 등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지난해 11월30일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