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원장 "여야 공약으로 차기 대통령 임기초 개헌 추진 이상적"
[뉴스인] 장재필 기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8일 "여야 모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되는 분이 임기 초에 여야 합의로 개헌을 추진하는 게 이상적"이라며 차기 대선 화두로 '개헌'을 띄우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 전 원장은 이날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통합의 정치로 가야 한다. 답은 연정밖에 없다"고 했다.
집권세력이 정권 후반기 개헌과 연정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정치권의 통례이나, 대선과 총선 승리를 이끈 책사인 양 전 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제기해 파장이 예상된다.
양 전 원장은 "3년 정도 해외 유랑에서 절감한 것은 '역시 노무현'이었다"며 "왜 고인께서 생전에 그토록 통합의 정치를 주창했고 조롱을 받아가면서도 대연정까지 추진하려 하셨는지, 앞서간 혜안이 와닿는다"고 했다.
이어 "우리 쪽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저쪽 당과 통합형 협치내각을 구성해, 진보 보수를 뛰어넘는 국가적 목표 중심으로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한다"며 "만약 범야권의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더더구나 그렇게 가야 한다. 범진보가 190석인데 계속 대결적 정치구도로 가면 그쪽은 식물대통령 식물정부 되기 십상"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연정을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우리 정치를 향한 내 개인적 충정이자 소신일 뿐"이라면서도 "과거 두 번의 개각 때 야권 인사들에게 입각 제안을 했었다. 비록 성사는 안 됐지만 대통령도 통합이나 포용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고 여운을 남겼다.
문재인 정부 4년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위기극복 정부로 평가받을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수습과 코로나19 대응을 치켜세웠지만, 청와대와 내각의 참모진에 대해선 혹평을 쏟아냈다.
양 전 원장은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지만 청와대와 내각의 참모진은 최선에 이르지 못했다. 능숙한 아마추어가 너무 많았다"며 "참모들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있어 운동장을 넓게 쓸 수 있는 많은 옵션을 드렸는지 잘 모르겠다. 대통령의 개인기와 역량에 참모들이 따라가는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정권 출범 이후 꽤 오랜 기간 지지율이 고공행진할 때, 이후 닥쳐올 어려운 시기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게 아쉽다. 지지율에 취했다고 할까"라며 "능숙하고 익숙해서 무난하게 가는 것 같지만 선을 넘지 못하는 아마추어적 기질이 많았다고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시스템과 절차를 중시하는 문 대통령 특성상 어떤 자리에 누구를 콕 찍어 보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보면 참모들이 가용 인적자원을 폭넓게 쓰도록 하지 못한 면에서도 협량함이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내며 정권 상실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오만'과 '무례함'이 4·7 재보선 참패 원인이라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민장(葬)을 지목했다.
양 전 원장은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 사건은 명백한 과오"라며 성추행 문제를 거론한 뒤 "특히 박 시장은 죽음으로 책임을 안고 간 것인데 민주당으로서는 아프고 힘든 일이지만 조용히 보내드렸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작 가족들은 조용한 가족장을 희망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해 시민장으로 치렀다"면서 "'그 정도는 해도 된다'는 오만함이고 '이게 왜 문제가 되지'하는 무례함에 말없는 많은 시민들은 당혹스러웠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절박함이 없다. 스타일리스트 정치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너무 많다.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 자각을 잊고 마이너리즘에서 못 벗어난 사람도 많다"며 "상대 당은 얼마나 절박하면, 30대 당 대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윤석열 전 총장 영입 시도 등 지금까지의 정치권 통례와 상식을 뛰어넘는 일에 진력하고 있다"고 '이준석 돌풍'이 이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비교했다.
재집권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비관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밝혔다. 이어 노태우·김영삼·박근혜 전 대통령의 역대 정권재창출 사례를 언급하며 "세 사람은 획기적인 6.29선언, 첫 문민정부 기대감,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는 다른 당 후보보다 더 큰 대척점에서 마케팅에 주력했다"면서 '정권 내 차별화 시도'를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일종의 착시를 노린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정권교체에 가까운 정권재창출이었다. 지금은 그런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향후 민주당에 대해선 ▲경제 민생 이슈 집중 ▲문재인 정부 극복 ▲겸손한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특히 "현 정부 정책의 상징처럼 돼있는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부동산정책 등에서 한 발짝도 못 벗어난다면 중도 확장은 불가능하다"며 "담대하게 극복하고 뛰어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회고록 '조국의 시간' 출간 논란과 관련해선 "그 분 정도 위치에 있으면 운명처럼 홀로 감당해야 할 역사적 사회적 무게가 있다. 나 같으면 법원과 역사의 판단을 믿고, 책은 꼭 냈어야 했는지…"라며 "당에 대한 전략적 배려심이 아쉽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나는 민주당원이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통합의 정치를 펼쳐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킹메이커인 자신의 대선 역할론이 나오는 데 대해선 "많은 요청을 받고 있지만 이제 선거 치르는 일이 엄두가 안 난다"며 "정권재창출 대의 하나 때문에 또 뭔가의 악역을 해야 하나 고민이 깊다"고만 했다.
이밖에 이해찬 전 대표의 이재명 경기지사 지원설에 대해선 "당 안팎에서 자꾸 이 지사를 배제한 '친문 제3후보론' 따위 얘기가 나오고 하니까 조금 더 전략적 배려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짚었다. 이어 "친문 제3후보 옹립 따위 전망은 웃기는 얘기"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눈 밖에 난 탓에 정권 출범 후에도 야인으로 지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답변할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양 전 원장은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친노친문으로 문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출마를 권유한 핵심 책사다. 지난 2017년 대선 승리를 이끈 후 백의종군을 자처하며 해외를 떠돌았고, 지난 2019년 이해찬 대표 체제 더불어민주당에 복귀해 21대 총선 압승에 기여한 후 민주연구원장직에서 물러나 또다시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