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세균 덩어리'…소독·관리 대책 시급

"기도-호흡유지장치에서 병원성균인 폐렴간균 검출"

2009-04-13     김연환
【서울=뉴시스헬스】김연환 기자 = 위급한 환자들의 생명줄과 같은 구급차가 온갖 병원균의 온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있다.

13일 한나라당 소속 이애주 의원(비례대표)은 구급차의 병원균 오염실태 및 감염관리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에 분석의뢰한 결과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내 10개 소방센터 13개 구급차에서 각 33곳씩 총 429개의 검체를 채취해 배양·분석한 결과 4곳에서 병원성균이, 210곳에서 환경오염균이 검출돼 전체검체의 50%가 세균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자의 점막에 직접 닿아 감염위험도가 가장 높은 구급장비인 기도유지장치와 호흡유지장치에서도 병원성균인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이 검출됐다.

또 이들 장비 중 완전멸균이 이뤄져야 하는 기도유지장비의 위험물품 15.4%와 준위험물품 28.8%(15/52개)에서 환경오염균이 검출됐다.

호흡유지장치의 준위험물품 45.2%(47/104개)도 환경오염균이 검출돼 구급차 내 주요 장비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항생제내성바이러스인 MRSA와 MRCoNS도 운전석 손잡이와 카트슬라이드 바에서 검출됐는데, 이는 구급차를 매개로 환자와 보호자, 구급대원이 해당질환에 감염돼 또 다른 이에게 전파시킬 우려가 있음을 뜻한다.

아울러 이번 연구조사에서는 서울대병원 응급실 이용환자 중 직접내원자와 119구급차 이송환자, 사설 구급차 이용환자를 구분하여 결핵균 및 항생제 내성바이러스인 MRSA와 VRE 보균 현황 역시 비교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공통적으로 직접 내원한 환자에 비해 119구급차와 사설구급차를 이용하여 내원한 환자에서 보균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사설구급차는 119 구급차에 비해 2~3배 이상 높은 위험도를 보여 이송수단과 감염율 간에 일정정도 상관관계가 있음을 암시했다.

직접 내원환자를 1로 보았을 때 △결핵균은 119 구급차 이용자 1.23배, 사설구급차 이용자 2.58배 △MRSA는 119구급차 이용자가 2.41배, 사설구급차 이용자가 6.50배 △VRE는 각각 2.74배와 10.29배 이상의 높은 보균율을 나타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는 "이들 균은 건강한 일반인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침습적인 감염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 환경오염균도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애주 의원은 지난 2007년도 영국에서 위생상태가 불량한 엠블란스를 통해 MRSA가 무차별적으로 전파된 사례를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 역시 대규모 감염사고에서 예외지역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구급차 내 감염관리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한편 보건복지가족부와 소방방재청 등 관련기관의 공동조사 및 관리감독시스템 구축, 필요한 예산지원을 통해 소독·관리에 필요한 설비와 인력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