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얼어붙은 남북관계 물꼬 트여지길 희망"

취임 100일 맞는 이인영 "판문점은 벽이 아닌 통로로 반드시 이어져야"

2020-11-04     김태엽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견학지원센터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0.11.04 / 사진=[뉴시스]

[뉴스인] 김태엽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4일 판문점을 찾아 북측에 남북 연락채널 복원과 판문점 내 남북 자유왕래,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이날 취임 100일을 맞는 이 장관은  판문점 견학 지원센터 개소식 기념사를 통해 "이 곳 판문점에서 평화를 향한 '세 가지 작은 걸음'을 내딛자는 제안을 하며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물꼬가 다시 트여지기를 소망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연락채널 복원과 관련, "지금은 응답하고 있지 않는 남측 자유의 집과 북측 판문각 사이의 통신이 복구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빠른 시간 안에 반드시 복원되고 재가동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상시 소통채널을 마련하는 것은 남북관계 복원의 기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문점 내 자유왕래와 관련해서는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남북의 경계를 한 걸음 넘었고 세계의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9·19 군사합의를 통해서는 자유왕래에 합의한 바 있다"며 "그 경계를 넘는 평화의 한 걸음을 수많은 사람이 넘나드는 평화의 길로 만들어 낼 때"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함께 비무장화를 이뤄낸 만큼 판문점 공간 안에서라도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장관은 판문점을 통한 이산가족 상봉도 촉구했다. 그는 "매년 보고 싶은 얼굴을 그리며 유명을 달리하는 이산가족의 절실함을 생각할 때 판문점에서 소규모 상봉이라도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당장 어렵다면 화상상봉과 서신 교환 등 언택트 방식으로라도 이산가족의 상봉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며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쌓이고 또 쌓여서 마침내 이 곳 판문점에서 분단의 마침표를 찍을 역사적인 그 감격의 순간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으로 중단된 판문점 견학을 이날 재개했다. 견학이 잠정 중단된 동안 정부는 판문점 견학 지원센터를 통해 신청 절차를 일원화하고, 개인·가족 단위 방문을 허용하는 등 재개 준비를 진행해 왔다.

이 장관은 남북과 미국의 정상이 만난 판문점의 역사적 의미를 상기시키며 "지금 남북의 시간은 잠시 멈춰 있고 신뢰와 관계복원을 위한 과제들도 남겨두고 있지만, 남북 합의의 정신이 깃든 판문점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리에게 '작은 평화'의 시작이자 '큰 평화'를 열망하는 희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판문점은 9·19 군사합의가 지켜지고 있는 합의 이행의 현장"이라며 "남북간 모든 총기를 없애자는 약속에 따라 권총도, 방탄 헬맷도 사라졌다. 이제 그 현장을 다시 우리 국민들께 돌려드리려 한다. 아주 작은 평화의 한 조각이라도 그 평화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한반도 분단 이전에 판문점을 통과하는 의주대로(義州大路)라는 큰 길이 있었다. 한양에서 의주까지 이어지는 중국까지도 연결되는 우리 선조들의 무역로이자 삶의 터전이고 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판문점은 남북 간 벽이 아니라 통로이고 반드시 다시 이어져야 할 길"이라며 "사랑하는 북녘의 동포 여러분, 이 길을 따라 더 큰 왕래로 가자. 남과 북이 새로운 평화의 시간을 다시 설계해 나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견학 재개를 통해 가족 단위의 방문만 아니라 8살 어린이에게까지 견학의 기회를 넓혔다"며 "우리의 아이들이 다시 찾아 나갈 미래에는 오늘의 이 견학지원센터가 위대한 평화의 역사관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개소식에 참석한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판문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이 공간이 빨리 뚫리길 기원하고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제 개인과 가족 단위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판문점) 국민 관광시대가 열린 게 아닌가 싶다"며 "이 곳이 남과 북이 비무장을 통해서, 남과 북의 관광객이 자유롭게 만나면서 세계 평화에 대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