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공예가 임지연, 전통 안경집과 열쇠패 전시회 개최
10월 9일까지 인사동 아지트 갤러리
임지연 한지 공예가 개인전
[뉴스인] 정경호 기자 = 한지 공예가 임지연의 개인전이 인사동 아지트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작품은 안경집과 열쇠패로 전통 공예의 여러 갈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안경집과 열쇠패는 남아있는 유물이 많지 않다. 임지연 작가는 한지 공예가로 알려졌지만 규방, 매듭, 침선 등 전통 공예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안경집과 열쇠패는 모든 전통 공예 분야가 들어가야 한다. 임지연 작가는 많지 않은 유물을 바탕으로 작가적인 상상력을 더하고 자신이 닦은 다양한 전통 공예 기법을 살려 안경집과 열쇠패 작업을 해왔다.
우리나라에 안경이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전후로 추측된다. 영.정조 시대에 와서 세도가나 부호들이 사용하면서 안경은 실용을 넘어서 사치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안경을 보호하고 휴대하기 위해 안경집도 필요했다.
안경집은 처음에는 안경을 보호하는 기능이었지만 점점 부와 멋을 표현하는 목적으로 활용됐다. 자수, 어피, 금속, 비단으로 꾸밈이 많아졌고 허리춤에 매달기 위한 끈목도 보석을 매듭과 함께 엮어 화려하게 장식했다.
임지연 작가는 나무틀에 후지공예 기법으로 한지를 겹겹이 붙이고 건조시킨 후 나무틀을 분리해 한지로만 안경집의 틀을 만들었다. 여기에 직접 짠 8사나 12사로 매듭을 지어 장식을 다는 등 색 한지, 자수, 비단, 조각보, 색실 누비 기법으로 멋을 냈다. 이렇게 한지와 규방, 자수, 매듭, 누비 등의 공예를 안경집 하나에 조화시켰다.
열쇠패는 중국이나 일본에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금속공예품이다. 조선시대 왕실이나 사대부가에서는 시집가는 딸을 위해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열쇠패는 이름 그대로 장롱이나 광에 열쇠를 매다는 패다. 하지만 대부분 열쇠는 매달지 않고 오색천으로 별전이나 모전, 통용전을 골고루 엮고 매듭이나 술, 괴불, 노리개 등을 달아서 화려하게 치장했다.
실용보다는 관상용으로 가정의 번창과 복, 무병장수, 부를 기원하는 뜻이 들었다. 별전이 많을수록 복이 많이 달린다고 하여 너무 무거울 정도로 매달기도 했다.
임지연 작가는 열쇠패에 별전과 함께 자수, 조각보, 매듭, 칠보, 보석 등의 많은 공예 기법을 사용해 장식했다.
임지연 작가는 “2008년 한지공예에 입문했다. 작품을 만들다보면 더 멋스럽게 하기 위해 조각보나 매듭 장식을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점점 규방공예, 매듭 등으로 넓히게 됐다”고 말하며 “안경집과 열쇠패는 종합공예라고 할 수 있다.
유물도 적고, 지금 만드는 사람도 많지 않다. 안경집과 열쇠패라는 생활 기물 이상의 우리 예술품이 잊히지 않도록 선을 보이고 우리 전통 공예를 알리고 싶었다”고 이번 전시 의미를 밝혔다.
임지연 작가는 작가로 작품 활동을 하는 것 뿐 아니라 전통 공예 저변을 넓히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고현한지연구회 연구사범을 맡고 있는 작가는 서울시 돈의문박물관에서 한지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지공예의 멋을 직접 느끼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 시민공로 표창장을 받아 그 기여를 인정받기도 했다.
국제현대미술대전 특선, 대한민국창작미술대전 동상, 대한민국서화비엔날레 은상, 국제미술초대전 특별상 등을 수상하고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임지연 작가. 4년째 한국전통건축공예학교 매듭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정진하는 중이다.
작아서 또는 찾는 이가 없어 단절될 수 있는 우리 것에 열정을 쏟는 임지연 작가의 안경집, 열쇠패 전시회는 9일까지 계속된다.